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서점가와 출판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잿빛이다. 해를 거듭해 이어지는 경기 불황에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것일까. 얼마 전 부산지역 대학가의 한 서점이 부도가 났다. 어린이 책 잔치를 후원하거나 부산국제영화제 티켓을 판매하는 향토 서점 중 하나로 늘 이름을 올려온 M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를 맞은 것이다.

출근길에 시내를 지나가며 소형 서점들을 눈여겨 봤다. 그나마 많지도 않은 소규모 서점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어떤 서점은 오전 9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 일찍 손을 맞이할 의욕도 없으려니 싶었다.

부산만 상황이 이러한 게 아니다. 여름 휴가철 전부터 주요도시 출판·서점·인쇄업계는 온갖 '괴담'에 시달려 왔다. 출간 일정을 무기한 늦춘 중소 출판사들이 자꾸만 늘어 난다고 한다. 용케 책을 펴냈다 하더라도 반품이 줄을 잇는다며 이들 출판사 대표는 울상이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유명 출판사들도 최근 몇 달 새 매출이 크게 줄었다. 규모가 큰 서울지역 출판계에서는 직원들을 줄이고 비용 경감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워낙 불황의 골이 깊어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들어 다양한 책 관련 행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웬 찬물 끼얹는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현실은 직시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이 참에 우리 출판시장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살아날 길이 생긴다.

우리 출판계는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팔리지 않는 책은 아예 간행하지 않으려 한다. 전문성이 있는 양서 출판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얘기다. 독자들이 책을 사보지 않으니 출판사인들 어쩔 도리가 없다. 대형서점에 공급연 책 중 평균 10만종은 1년이 넘도록 단 한 권 팔리지 않는다. 그 책 대부분은 출판 다양성을 유지해 주는 인문학 책이나 전문 서적이다.

"2005년 이후 국내에서 출간되는 신간은 실제로 6만 종을 넘어섰으니 책이 매우 다양하게 출간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 벌고 자기 계발하고, 자식 공부시키는 세 가지 책 말고 뭐 다른 책이 얼마 되나요? 웬 신생출판사는 또 그렇게 많은지. 구입도서 목록을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아요'라는 한 지방 도서관 관장을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가관이라 기가 찰 뿐이다." '위기의 책 길을 찾다'(한기호 지음·한구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 대목은 우리 출판계가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출판·서점가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징하게' 책을 보지 않는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2명, 학생 10명 중 1명은 1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더욱 책을 읽지 않는 이가 늘어날 게 분명하다. 독서 인구가 근본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이런 양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게 어렵잖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서 인구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까. 독서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책을 읽으면서 성장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9월 한 달만 어린이들 책 읽게 한다고 호들갑 떨지 말고 연중 책과 느긋하게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