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개막한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24일 마지막 남은 경기인 남자 마라톤과 의전인 폐막식을 치르게 되면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꺼질 것이다. 올림픽을 주시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제가 선사했던 감동과 전율을 떠올리면서 변하지 않은 일상으로 복귀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올림픽이 뭐기에 그토록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것일까?'

올림픽을 실컷 즐기고 나서 웬 애먼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부산시민에게는 향후 올림픽이 그저 마음 편하게 보고 즐기면 되는 '강 건너 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가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유치해 실패하게 되면 부산시는 빚더미에, 반대로 성공하면 돈방석에 앉게 된다. 수년 내 부산시민들은 지역 내 올림픽 유치 결정을 위해 단안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이미 지역 여론은 이와 관련,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려 있으니 합당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지구촌 축제'가 가진 빛과 그림자를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터이다.

먼저, 올림픽이 품은 찬란한 '빛'은 '매혹과 열광'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매혹과 열광'은 최근 돌베개가 번역해 국내에 간행한 책 이름이기도 하다. 원저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한스 울리히 굼브레히트 교수, 옮긴이는 한창호 씨. 부제 '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에서 알 수 있듯 올림픽을 정면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올림픽이 온갖 스포츠의 경연장이라 볼 때, 이 책은 스포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 발 나아가 올림픽의 순·역기능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지은이는 인문학자답게 이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통해 '스포츠는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그 말이 어렵다면 지은이가 '강추'한 스포츠 명장면을 하나 떠올려 보면 되겠다. '…1936년 올림픽에서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에 찍혀 보존된 400m계주의 마지막 주자로 달리는 제시 오언스의 모습은 미켈란젤로가 만들어낸 최상의 조각 작품만큼이나 아름답다…'.

지은이의 지적인 스포츠 예찬론은 양극에 서서 스포츠를 단선적으로 대해온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7080 세대는 대학을 다니며 '독재 권력이 스포츠를 '3S(스크린 섹스 스포츠)' 안에 넣어 우민화한다'는 담론을 나눴고 받아들였다.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된, 우수한 체육인에게만 지원을 몰아주는 엘리트체육주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는 그저 보고 즐기는 배설의 대상이거나, '인간의 육체를 통제하고 종속시키는 데 이바지한 서구문명의 한 단계'(문화 역사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로 치부돼 왔다.

베이징 올림픽은 스포츠 그 자체는 아름답지만 올림픽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역경을 이겨내며 목적한 바를 향해 나아가며, 승자와 패자를 결정되는 연속 드라마는 아름답지만 그것을 잘못 상영했다간 큰 빚을 지기 십상이다. 올림픽은 개최도시가 이익을 보기가 극히 힘든, IOC(국제올림픽위원회)만 떼돈 벌게 하는 이벤트라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네 삶이 옛날보다 풍요로워져 스포츠를 즐기게 된 건 정말 반가워해야 할 일이지만 그런 돌파구를 굳이 올림픽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부산시가 왜 올림픽을 유치하려 하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거듭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