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거스를 수 없다. 그 중 출생에는 자기 의지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반면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창조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지만 준비하기에 따라 그 질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요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서도 인간답게 잘 죽는 것 즉,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종교인이나 철학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죽음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들도 웰빙만큼 웰다잉을 자주 다룬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47) 교수의 부고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 세계인들에게 웰다잉의 전형을 보여줬다.
말기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던 고인이 쓴 책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하이퍼리온)'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미 카네기멜런대에서 행한 마지막 강의를 엮은 이 책(국내서도 출간됐다)은 포시 교수의 전공인 컴퓨터 공학에 관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며 자신의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해 솔직하고 쾌활하게 들려줬다. 즐겁게 살아라, 자신의 잠재력을 포기하지 마라, 잘못했으면 사과하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어섰다.
눈을 감을 때까지 그가 보여준 삶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소원을 하나 이뤘다. 꼬마때부터 갈망해 왔던 무중력 경험하기, 백과사전에 글 싣기, 월트디즈니에서 일해 보기는 이뤘지만 NFL(미국프로풋볼리그) 구장에서 뛰어보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고 방송에 출연한 그가 고백했다. 그런데 그 꿈이 꿈처럼 이뤄졌다. 한국계 풋볼스타인 하인스 워드와 캐치볼을 하면서 NFL(미국프로풋볼리그) 구장을 잠시나마 뛰어본 것. 암으로 죽어가는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전했다. 이렇게 하면 웰다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웰다잉하면 모리 슈워츠 교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사연 역시 책으로 출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엘봄 지음·공경희 옮김·세종서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돼 있다. 루게릭병에 걸려 혼자서 움직이기가 힘들 때까지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모리 교수를 다룬 실화다. 그는 신문에 이어 ABC TV의 나이트라인에 사연이 소개돼 '죽어가는 명사'로 유명해진다. 그 덕에 모리 교수는 20년 만에 애제자였던 지은이와 만나게 된다. 대학생인 자신을 끔찍히도 아껴 주었지만 출세와 먹고 사는데 눈이 어두워 20년간 은사를 찾아 뵙지 않았던 불충한 지은이가 TV를 보고 모리 교수를 찾아간 것. 온몸의 신경이 말라 들어가는 암담한 상황에 놓인 모리 교수가 얼마나 씩씩하고 활기차게(정신적으로) 살아가는지, 성한 사람들이 그로부터 위로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정도였다. 지은이는 그런 스승을 매주 화요일 찾아가 한 가지씩 주제(공동체 사회,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나이 드는 두려움, 돈, 사랑, 결혼, 문화, 용서)에 대해 강의를 듣는다. 돌아온 탕자같은 제자는 노스승에게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운다. 웰빙과 웰다잉 하는 법을 전수 받은 것이다.
두 교수의 얘기를 음미해보면 웰빙과 웰다잉은 동전의 양면같아 보인다. 어느 한 쪽만 존재할 수 없으며 웰빙해야 웰다잉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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