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중학교 교사들이 사용할 사회과용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시하기로 했다며 또다시 한국민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한창 자라는 일본 청소년에게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유 중이라고 가르치겠다는 얘기니 망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철저하게 실리를 취해 온 일본의 대외 정책에 비해 한국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수현 씨가 신오쿠보 역에서 일본인 취객 대신 희생되고, 한국민이 롯데 자이언츠의 이승엽 선수를 응원하고, 욘사마 열풍을 좇는 일본여성들을 보면서 우리가 긴장을 늦추는 동안 일본 정부는 독도를 집어삼킬 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임나일본부설을 내세워 삼국시대 자신들이 한반도를 통치했다고 우겼던, 한반도를 침략하고 온갖 피해를 낸 그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봐야 할 터이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을 일본인의 모습을 우리는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을 소개하는 여러 책들을 보면 어김없이 두 단어가 등장한다.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다. 가령, 동석한 사람의 자녀가 떠들 경우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 아이를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혼네) 실제 언행은 "아이가 무척 쾌활하군요(다테마에)"라고 에둘러 지적하는 식이다. 상대방이 일본인이라면 이 말의 속뜻을 즉각 알아듣고 아이에게 조신하라고 주의를 준다. 한국인은 이런 일본인들의 성정을 '속 다르고 겉 다르다'며 은근히 비아냥대는 쪽이다. 일본인은 속마음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일본인들의 셈법은 일상생활은 물론 외교 전선에서도 통용된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을 향한 한국 지도자들을 발언을 살펴보자.
"내 아내를 자꾸 내 아내라고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내 아내는 그냥 말 안 해도 내 아내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 2004년 1월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을 하면서)
"다소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경우가 있어도 호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드러내지 말자."(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에 대해 2008년 4월 권철현 주일대사가 부임하면서 한 말)
우리 측이 이런 속없는 발언을 하는 동안 일본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한 방 먹일 준비를 해왔다. 3년 전 나카야마 나리아키 당시 문부과학상이 "교과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 그들은 그 후 그것을 고스란히 실천에 옮겨온 셈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자극하면 한국인들이 어떻게 반발할지 계산하고 예상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일장기나 욱일승천기를 불태운다든지 독도에 가서 태극기를 휘두르면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단발 행동은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욱하는 반일 감정을 해소하기에는 적당할지 몰라도 언제 자행할지 모르는 일본의 도발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연히 멀리 내다보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이런 문제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현실을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릇된 역사관에 물들면서 자라 성인이 된 영악한 일본인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문화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