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올해를 '국제 지구의 해'로 정하고 지구 사랑을 촉구했지만 '지구'는 그 사랑이 미덥지 못한지 아주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촌 곳곳이 자연재해에 강타 당했다. 지난 2일 미얀마에 상륙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는 군정에 찌든 시민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14일 현재 이번 사태로 숨진 사람을 6만8000~12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이재민은 최대 251만 명. 군정의 감시를 피해 그곳에서 국제사회로 보낸 피해현장 사진은 할 말을 잊게했다. 어린이들이 익사해 물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 광경이 눈에 밟히는데 이번에는 석가탄신일이었던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14일 현재 인명피해는 사망자 1만5000여 명, 매몰·실종자까지 합하면 4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진앙지이기 때문에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원촨현은 인명구조가 이제야 시작됐다. 이곳 구조가 마칠 즈음에는 전체 희생자가 최대 1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 역시 편안하지 않다. 지난달 3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후 14일 현재 경남 양산과 경북 경산에서도 발병이 확인됐다. 전국 40여 곳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됐으니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분명하다. 미얀마 사이클론이나 중국 지진이 가져온 피해와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재앙이다. 요즘 왜 이리 세계가 자연재해에 시달리는지 의문이 들 법하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자연재해가 요즘 들어 갑자기 유난스러운 건 아니다. 사실 인류가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해 강력한 쓰나미를 일으켰다. 그 결과 한반도 두 배인 수마트라 섬이 남서쪽으로 36m나 밀려났다. 당시 쓰나미가 일으킨 파도는 항공기 속도와 비슷한 700㎞/h로 일대를 휩쓸어 27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천재지변 탐사학교'·청어람미디어).

알고보면 전 세계적으로 늘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일러났다. 2000여 년 전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해 이탈리아의 고도 폼페이가 몰락했고 5일 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어느 나라가 언제, 어떤 자연재해를 당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국가가 자연재해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재난 대비가 허술한 후진국이 같은 자연재해를 당해도 더 큰 상처를 입는다. 같은 나라에서도 도시보다는 시골이, 빈곤한 지역이 부유한 지역보다 더욱 타격이 크다.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후유증이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진국에게 있어 자연재해는 치명적이다. 허술하게 지은 학교 건물이 무너져 수천 명의 어린이가 매몰된 중국 지진 현장이 그랬다. 가족을 잃은 채 집과 직장이 무너진 곳에서 삶의 의욕을 북돋아 나가야 하는 일이 쉽겠는가.

자연재해는 겸손을 가르쳐 왔다. 이를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반복해서 말해왔다. 그러나 오만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어느 새 망각한다. 강원도 평창(리히터 규모 4.8· 2007년 1월 20일), 충남 홍성(리히터 규모 5.0·1978년 10월)에서 발생한 지진을 우리는 벌써 잊은 게 아닌지. 우리나라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데도 우리는 넋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