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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주인공들. 왼쪽부터 조윤희, 진구, 지진희, 손예진, 김보경. |
드라마 속의 기자들은 멋있지 않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나 '온에어' 등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언제나 건들거리며 촬영장에 나타나 매니저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다가, 뭔가 '거리'가 걸려들면 덥썩 물어 기사를 써댄다. 영악한 매니저들의 '낚시질'에도 어김없이 걸려든다. 시청률이 저조하면 제작자는 "안되겠다. 배우들 인터뷰 좀 돌리자. 기자들도 좀 만나고"라고 말하며 스타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가 나와도 "기자들 술 좀 안 먹였어"라고 말한다. 드라마 속 기자는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 축이거나, 아니면 홍보 수단이다.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언론사에 입사하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사회부 경찰기자가 주인공이다. 주변인에서 중앙으로 전진 배치된 만큼 '스포트라이트'의 기자들은 정의롭고 용감하다. 김은혜, 김주하처럼 보도국을 거쳐 앵커의 자리에 오르는 한 여기자의 분투기가 '스포트라이트'의 얼개를 이룬다. 석세스 스토리의 주인공은 손예진. 그녀는 입사 3년차 여기자로, 경찰서와 사건 현장을 헤집고 다니지만 특종보다는 실수가 많은 '천방지축 사스마와리'다.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손예진은 여기자 서우진을 "여성성을 포기하고 덤벼든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3년차 경찰기자는 기자실 소파에서 먹고 자며, 세수는커녕 떡진 머리로 노트북 앞을 지켜야 한다. "우진은 대단한 능력을 타고난 기자는 아니에요. 가진 것은 무모함과 용기뿐인데 남들보다 기자 근성이 좀 더 있는 것 같긴 해요. 오로지 진실 보도를 위해 죽어라 뛰어다니는 역할인데 결코 쉽지는 않네요."
드라마에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굵직한 사건들이 다뤄진다. 신창원을 패러디한 탈주범 사건이 대표적이다. "기자들은 사수가 시키면 내키지 않는 사건도 취재해야 하잖아요. 쓰고 싶은 기사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배우보다 더 힘든 직업이 기자 같아요." 손예진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기자들의 고충을 몸으로 체득했다. 스튜디오의 앵커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5분 동안 리포팅으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보도국 내부에선 사건 희생자의 유족을 인터뷰하라고 지시한다.
서우진은 유족에게 차마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손예진은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딜레마를 몸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그동안 취재 대상으로서 많은 기사들에 상처받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어요. 좋은 기사를 써주면 정말 고맙지만 좋지 않은 기사가 나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물론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악의적인 비판 기사는 좀 그래요. 취재원과 기자는 공생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에서는 서우진이 실수를 거듭하며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우진은 시경캡인 오태석(지진희)으로부터 혹독한 담금질을 당한다. 오태석은 상처를 가진 인물로, 서우진을 조련해 앵커로 키우는 멘토인 동시에 서우진으로부터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멜로 라인도 살짝 엿보인다. 상대역 지진희와 호흡은 잘 맞느냐고 물었더니 손예진은 "일방적으로 서우진이 오태석에게 깨지는 입장이라 호흡을 맞출 상황이 아니다"라며 웃는다. 이제 '스포트라이트'는 '온에어'의 후속작인 '일지매'와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어 시청률 부담이 만만찮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드라마 '연애시대' 얘기를 꺼낸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배우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좋은 드라마로 오랫동안 남는 드라마가 훨씬 높은 만족도를 준다는 것. "'스포트라이트'도 '연애시대'처럼 오래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 손예진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