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이 그릇된 욕망을 품고 통제하지 못할 때 얼마나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국내외에서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22세 가수 지망생과 성매매를 한 게 들통이 나 뉴욕 주지사직에서 사임한 엘리엇 스피처(48). 낮에는 뉴욕시의 부정부패를 쓸어가는 청소부로 행세했지만 밤이 되면 매춘을 즐기는 범법자로 돌변했다. 이 같은 지행(知行) 분리는 인간 욕망이 통제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증세다.
서울 장전동 네 모녀의 생명을 앗아가고 자신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 씨는 도대체 무엇을 욕망했기에 이토록 처참한 일을 벌였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사실 규명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한 가지 진실은 알고 있다. 욕망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침을 가지고 있다는 것.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온 네 모녀를 살해한 범죄가 어떻게 은폐될 수 있겠는가.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씨는 그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신분이 노출된 상태인데도 결국 범행했다. 범죄 동기가 원한이 아니라 돈 욕심이라는 경찰 추정이 맞다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금지된 욕망은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욕망은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흩뜨리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까지 한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채모(69) 씨가 그랬다.
기원전 44년 오늘, 로마에서도 거대한 욕망의 역사가 한 편 작성됐다. 주역들 중 한 명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44)다. 갈수록 기세가 치솟고 있던 그는 그날 아침 로마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집을 막 나서려던 참이었다. 원로원 회의에서는 로마 제1 실력자인 카이사르를 사실상 황제로 대우하려는 결의를 할 예정이었다. 원로원 가는 길이 흥겨울 수밖에 없었던 카이사르를 아내가 붙잡았다.
"여보. 간밤에 흉몽을 꾸었어요. 원로원 회의에는 가시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카이사르가 아내의 이 간곡한 청을 받아들였다면 로마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영웅들이 그러하듯 카이사르는 목표한 방향으로 내달렸다. 내면 깊숙이에서 '너는 황제가 되어야 해. 로마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거야'라고 외치는 욕망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불안해하는 아내를 뒤로 한 채 원로원 회의로 가는 마차에 올라탔다.
로마의 역사를 다룬 각종 역사서들은 운명의 신이 사지로 향해 가는 카이사르에게 다시 한 번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카이사르는 원로원에 도착하기 전에 집에서 보낸 심부름꾼이 건넨 암호통신문을 푼다. 내용은 '암살자를 조심하라'는 것. 암살 음모를 사전에 감지했지만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 참석을 강행한다. 결국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에서 "브루투스, 너 마저도…"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칼에 찔려 절명한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양아들 손에 숨지면서 카이사르가 내뱉었던 이 말은 통제하지 못한 욕망의 비극성을 잘 표현한 메타포로 후대에 길이 남았다.
인간은 욕망을 떠나 살 수 없다. 삶이란 그러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한다. 인간은 모두가 욕망이라는 말에 올라 탈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행선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각 개인 몫으로 남겨졌다. 욕망 충족을 위해 무한 질주 할 것이냐, 아니면 천천히 달려 갈 것 인가. 자동차 운전이 그러하듯 이동하는 속도가 느리면 보다 많은 걸 볼 수 있다. 안전도 보장된다.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욕망이라는 열차에 올라 타 속도감이 무뎌진 현대인에게 한 마디 던지고 있다. "이봐, 속도를 늦춰.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해?" 문화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