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이 뭐니?' 아마 십중팔구 대답은 이럴 것이다. '숙제요!!'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숙제가 하기싫어 도망가거나 미뤄두었다 혼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곤 '숙제 대신해 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황당하지만 즐거운 상상을 해본 적도 분명 있을 터. 여기에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숙제 대신해 주는 사람을 실현시킨 이들이 있다. 바로 '숙제 주식회사'를 차린 벚꽃 초등학교 5학년 3반 다케시, 아키코, 미쓰에, 요시히로, 그리고 사부로가 그 주인공이다.
같은반 친구들인 5명의 아이들은 어느날 숙제를 하러 모였다 동네 형이 천만 엔이라는 거금을 받고 프로 야구단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이에 단어 하나 외우는 것이 덧없이 느껴지던 찰나, 친구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건당 10엔 씩 돈을 받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바로 작업에 착수한다.
신문 배달과 주산 학원 수강으로 바쁜 요시다가 거물급 고객으로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숙제라면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몇몇 아이들이 고객으로 참여하게 된다.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그만큼 숙제 주식회사 아이들도 바빠졌다. 그러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엉뚱한 일들이 벌어졌다. 많은 아이들의 숙제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자료를 찾아야 했고, 그러면서 숙제 주식회사 아이들의 지식이 쑥쑥 자란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교실에서 지구본이 깨지고, 아이들이 이를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는 일이 발생하면서 숙제 주식회사는 담임 선생님에게 뒷덜미를 잡히게 된다. 결국 숙제 주식회사는 짧은 호황기를 뒤로 하고 해산된다.
책은 단순하게 숙제 주식회사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숙제 주식회사 아이들은 해산된 후 6학년이 되어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또 다른 세계에 눈뜨기 시작하는 것. 첫 날부터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숙제를 내준 산노미야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 숙제 주식회사의 흥망성쇠에서 참된 배움의 의미를 얻고, 산노미야 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운 아이들은 벚꽃 초등학교 신문을 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현행 채점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에 조금씩 눈떠간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전부 일본이지만 결코 낯설지는 않다. 숙제와 공부에 치여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성적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부모들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담아낸 재치넘치는 문장들이 무거움을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