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등장하는 옛 이야기들만 골라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와 그리스·로마 신화 등 알려진 옛 이야기가 시들해졌다면 충분히 눈길을 끌만하다.
민속연구가인 저자가 1989년과 1990년대 열린 '세계 옛이야기 워크숍'에서 선보인 수많은 이야기들 중 새가 등장하는 이야기들만 모은 만큼 책에는 선현들의 지혜가 번득이는 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실성의 잣대를 대면 금세 무너질테지만 상상력과 교훈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새 이야기의 주인공은 펠리컨이다. 눈가버러 마을 주변에 살고 있는 펠리컨 굴라얄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물고기를 잘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사람들은 고기들을 구석으로 몰아 잡는 법만 알았지만 굴라얄리는 그물을 짜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굴라얄리의 새끼 이자 말썽꾸러기인 딸은 신비한 그물을 찾기 위해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고, 결국 그물은 아빠의 뱃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굴라얄리는 눈가버러 사람들에게 그물 짜는 법을 알려줬고, 마을 사람들과 새들은 성대한 잔치를 벌여 우정을 다졌다. 사람과 새들의 우정을 '뱃 속에 들어있는 그물'을 매개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거짓말의 해악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이야기도 있다. 아프리카 마타벨랜드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 중에는 멧돼지처럼 노래하는 새에 얽힌 설화가 있다. 한 마을 잘난척 하기 좋아하는 쿠말로와 앞을 보지 못하는 시반다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친구 사이인 둘은 모두 동물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반다가 항상 한수 위여서 자랑대장 쿠말로는 늘 기분이 나빴다. 그러던 어느날 쿠말로는 시반다를 꾀어 새 사냥에 나서지만 여기서도 시반다는 아름다운 새를 잡은 반면, 쿠말로는 초라하고 못생긴 새밖에 잡을 수 없었다. 이에 쿠말로는 시반다를 속이고 새를 바꿔치기 하지만 오히려 아름다운 새가 멧돼지 소리를 내 쿠말로는 망신만 사게 된다.
백조가 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 중 하나인 '백조 학자의 비밀'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백조로 바뀌었다는 전설을 지닌 한 마을과 대나무를 팔아 어렵게 살아가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매일 힘들게 살던 차우는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날 바람에 쓸려 낭떠러지로 떨어진 부모님이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고, 10년 동안 풀지못한 수수께끼 같은 이 일은 백조 학자인 쒸앵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흥미진진함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다소 실망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어체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풀어가는 새에 얽힌 옛 이야기들은 잔잔한 파도처럼 가슴 속에 와닿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