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상'으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동화 세 작품을 엮은 책이다. 작품 모두 화려한 이야깃거리는 없다. 그러나 설화나 고전 소설을 재구성해 잔잔한 교훈을 담아 냈다.
표제작인 '코'는 외모에 관한 이야기다. 덕망 높은 스님인 나이구는 턱 아래까지 늘어진 자신의 코가 불만이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려할 정도. 이런 스님의 마음을 알아챈 제자 스님이 어느날 코 줄이는 방법을 알아온다. 드디어 남과 같은 코를 가지게 됐다며 기뻐하던 스님은 코를 삶고, 발로 밟고, 기름 덩어리를 빼내는 혹독한 방법을 거쳐 결국 남들과 같은 코를 갖게 된다.
이제 누구도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지 않을거라 자신만만해진 스님.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스님을 보고 더 수군대기 시작한다. 나이구 스님은 그들의 비아냥에 또다시 마음이 상하고, 급기야 다시 긴 코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코'는 일본 인도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담은 '곤자쿠 모노가타리슈'라는 책에 담긴 한 설화를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다. 주변 반응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는 나이구 스님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동화는 스님의 불안한 심리를 세밀하게 다루는 것과 동시에 코가 길어도, 짧아도 비웃기는 마찬가지인 주변 사람들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꼬집어 낸다. 특히 다시 긴 코를 원하는 나이구 스님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로 물든 현대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흰둥이'는 불의를 보고 참는 바람에 벌을 받아 까맣게 변한 흰둥이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흰둥이는 개장수에게 끌려가는 친구 검둥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개장수가 무서워 근처에도 못가고 지켜만 볼 뿐이다. 그 때부터 흰둥이는 갑자기 몸이 검게 변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집에서도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자신의 신세를 비관한 흰둥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몸을 던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마다 사람을 구하는 등 착한 일을 하게 된다. 심지어 '의로운 개'라며 신문에 대서특필 되기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흰둥이는 마지막으로 주인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제서야 다시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동화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한 번 뒤집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흰둥이가 신문에 보도되는 부분에서는 실제 신문기사의 문체를 가져온 점이 재미있다.
'두자춘'은 '소박한 삶의 즐거움'을 전한다. 중국 당나라 때 쓰인 전기 소설인 '두자춘전'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부귀 영화의 덧없음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작품에 빗대자면 '일장춘몽'을 그린 김만중의 '구운몽'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