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자(漢字)와 한자 문화의 권위자고 한자 교육의 전문가다. 그가 지난 2005년 '동아일보'에 '한자뿌리 읽기'를 연재했을 때 그 호응은 매우 컸다. 2004년에는 '연상한자'라는 책을 펴냈는데 역시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영삼(경성대 중문과·사진) 교수가 작심을 한 듯, 500쪽이 넘는 책 2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부디 책이 두껍다고 지레 부담 갖지 마시라. 이 책들은 한자에 관심이 있고, 한자를 제대로 익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차근차근 효율적으로 한자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태어났다. 제목부터 '한자야 미안해(랜덤하우스/각권 1만5000원)'다. 한권은 '너무 재밌어서' 한권은 '너무 쉬워서'라는 부제를 각각 달았다.

영어가 소리글자로 이뤄져 있다고? 천만에. 알파벳은 소리글자일지 몰라도 영어단어들은 수많은 뜻글자들로 구성돼 있다. 지네라는 벌레는 영어로 centipede인데 여기서 centi-는 100을 뜻한다. centimeter(센티미터)는 1미터의 100분의 1인 데서 알 수 있다. pede는 발이다. 손톱을 아름답게 가꾸는 화장품은 manicure(여기서 mani는 손, cure는 돌보다는 뜻이다), 발을 가꾸는 것은 pedicure인 거다. 발이 많은 곤충을 그린 것이 지네의 영어단어다. 그러니 어근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뜻을 먼저 알아야 영어에 들어와 있는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의 흔적과 문화까지 공부할 수 있고 단어암기도 쉽게 할 수 있다.

하물며 표음의 체계로 돼 있는 영어가 이러한데 거대한 '표의'(表議)의 바다를 이루고 있는 한자는 오죽하겠는가. 한자의 중요성이 날로 달로 커지고 있는 요즘, 죽자사자 무작정 암기한다고 해서 한자를 제대로 익힐 수는 없는 것이다. 하 교수는 '부수편'과 '어휘편'으로 구성한 '한자야 미안해…'를 통해 한자 문화에 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재미있고 체계적인 한자 공부의 길을 열어준다.

"무조건 외우지 말자. 한자는 그림에서 시작한 상형문자이므로 어떻게 그 그림이 그려졌는지 이해하면 외우지 않고 습득된다. 천자문은 내던져라. 1500년 전의 독자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지금의 정서와 용도에 맞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도 어린이 한자교육을 위해 천자문 대신 현실에 꼭 필요한 한자 1000자를 뽑아 '아학편'을 만들었다. 신문 읽으면서 한자공부? 신문을 내던져라. 요즘 신문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한자를 잘 안쓴다."

저자는 이 같은 지침을 미리 준 뒤에 독자를 한자의 세계로 데려간다. 쉽고 재미있는 한자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