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사람이 모두 죽는 것은 아닙니다. 강한 충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이 멎어 죽을 고비를 맞지만 재빨리 심폐소생(CPR)을 하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폐소생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 CPR을 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갈비뼈를 부러뜨릴 수 있죠. 그대로 놔뒀으면 죽었을 사람을 CPR로 살렸지만 갈비뼈가 뿌러졌을 때, CPR한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당연히 칭찬해야 할 듯하지만, 갈비뼈 부러진 것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CPR한 사람이 '국가 지도자'고 벼락 맞은 사람이 '대한민국'이었다면 어떻게 평가할까요. 지도자는 리더십을 발휘해 사람도 살리고 갈비뼈도 부러뜨리지 않아야 제대로 평가받지 않을까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리더십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이 같은 기류는 리더십의 부재를 피부로 느끼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번 주에도 세계적 리더십과 한국형 리더십의 한판 승부를 다룬 '영웅들의 전쟁' 과 한국사의 대표적인 제왕들의 국가 경영을 살핀 '제왕의 리더십'이 출간됐습니다. '영웅들의 전쟁'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중국의 유비, 영국의 어니스트 셰클런,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한국의 최유성 팀장이 한 회사에서 벌이는 숨막히는 리더십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벌이는 회사 내 승부를 통해 한국형 리더십의 본질을 추적합니다.

'제왕의 리더십'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는 요즘 역사적 인물을 통해 리더십의 원칙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리더십이 사람과 관련된 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역사 속 제왕의 업적에서 21세기 리더십의 덕목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해군의 경우 소수파 정권이고, 개혁을 국정 최대 과제로 삼았고, 과거사를 정리했다는 점 등 현 정권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개혁의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독선적이라면 더 큰 반동을 야기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성공한 리더십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일반 대중들은 통찰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지만 이미 벌어진 과거는 정확하게 압니다. 2002년 대선에 소수파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럴 줄 알았어'라고 했듯이, 지금은 광해군의 경우와 비교해가며 '지지율이 떨어질 줄 알았어'라는 반응을 보이죠. 흔히들 이런 반응을 '사후과잉확신(後見之明)'이라고 한다죠. 하지만 리더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일반 대중들의 후견지명과는 다른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아닐까요. 일반 대중들이 과거를 들먹이며 '그럴 줄 알았어'라고 평가하는 것을 뛰어넘어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선견지명을 발휘해 벼락맞은 사람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 책들은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