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와키 아키코 글 홍성민 옮김 /현문미디어 /9800원

이야기책을 한 권 골랐는데 결말 부분을 먼저 읽었다. 십중팔구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 책은 앞 뒤 내용을 번갈아가며 읽게 된다. 본문을 독파할 때도 한 줄 한 줄 자세히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나중에 다시 책을 읽게 되었을때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책. 좋은 책이라고 할 수 밖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독서 행위는 밥 먹는 것 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린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몇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어린이 독서활동 전문가인 지은이가 쓴 이 책은 어른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어린이 독서지도법을 알뜰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우선, 아동 발달기에 놓인 유아들을 텔레비전 비디오 등 영상 미디어에 방치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아이의 언어·인지능력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신 그림책으로 부모와 아이를 연결시키면 어떨까. 부모 자식간에 유대가 친밀해지면서 아이의 지능 발달에 큰 힘이 된다. 아이의 품성도 고와지게 된다.



책 읽은 효력은 사춘기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인 교육학자 힐리는 전자미디어에만 접촉해온 어린이들 중에는 사춘기가 되어도 메타인지 능력(자신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한 단계 위에서 관찰하고 제어하는 감시 능력, 가령 흥분을 억제하는 능력)이 자라지 않아서 충동적이고 계획성이 없으며 지속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처음에 발견한 대답 외에는 달리 생각하려 하지 않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추상적인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책 읽기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학습이 많이 요구되는 지적인 행위이다. 아이들이 그림책 단편 장편 순으로 독서활동의 영역을 넓혀갈 때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어떤 그림책이 좋은지, 독서지도의 구심점은 무엇인지 등 어린이 독서지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에 대해 이 책은 명료하게 답하고 있다.

서동오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