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각자 독서기록장을 보며 일 년 동안의 독서 생활을 되돌아보게 했다. 먼저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모두 몇 권인지 알아보게 했다. 10권 정도의 책을 읽은 아이부터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아이까지 다양했다.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아이는 얼굴 표정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아이들 얼굴 표정을 보니 그것이 바로 독서평가였다. 학년이 끝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으니 자신이 읽은 책을 10으로 나누어보게 했다. 10권을 읽은 아이는 한 달이란 긴 시간동안 책을 한 권 밖에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교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부끄러워하였다.

그런 후 한 해 동안 읽은 책들을 분야별로 나누어보게 하였다. 읽은 책을 문학 과학 역사 전기 예술 등 분야별로 나누어보면 어떤 분야의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알 수 있고, 흥미 위주의 책이나 문학 분야의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자신의 독서기록장을 보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그 이유도 같이 발표하게 하였다. '잔소리 해방의 날'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자신도 잔소리 해방의 날을 가져본 경험부터 시작해, '밤티마을 영미네 집'을 어머니와 같이 읽으며 둘 다 울었다는 이야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오 천 년 우리 과학'을 읽고 전자파가 나오는 기계들을 막아주는 숯을 자기 집에도 놓아두었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경험이 쏟아졌다. 또 독서기록을 하지 않고 그냥 읽기만 했던 책보다 독서기록을 한 책은 기억이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귀찮지만 책을 읽으면 기록을 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마무리를 하며 학년을 시작하는 3월에 비해 독서 태도나 독서에 대한 흥미도, 책 읽는 속도, 독후감을 쓰는 능력 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였다. TV보는 시간이 줄었다. 숙제를 해 놓고 책을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책을 보게 되었다, 아직은 긴 글을 읽기 힘들지만 책 읽기가 좋아졌다, 여전히 만화책이 좋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그 전에는 책을 읽을 때 표지나 목차는 읽지 않았는데 그것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하며 읽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으니 속독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독후감 쓰는 것이 싫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등 흐뭇한 이야기가 넘쳤다.

이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정에서도 가족끼리 둘러앉아 일 년 동안의 독서생활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독서 생활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고 내년의 독서 계획을 보다 알차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동시인·동래초등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