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워크숍에 참석하여 시내 모 초등학교의 '학교 도서관 학부모 사서도우미 활용 우수사례'와 도우미 어머니들의 인형극 공연을 보고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았다. 살아있는 교육의 실체를 보았다고나 할까, 학교와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 펼치는 독서교육의 현장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요즘 각 학교에서는 어머니들을 도서관 사서도우미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우미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단순한 도서 대출이나 반납 업무를 넘어,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며 학교 독서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한다. 어머니들이 할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손쉽게 도와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책 읽어주기이다. 우수 사례를 발표한 학교의 도서관에서는 매일 오후 2시면 '책 읽어주는 엄마' 시간이 있다고 한다. 예쁜 캐릭터 머리띠를 한 어머니가 종을 울리며 '책 읽어주는 엄마' 시간을 알리면 책을 읽다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주위에 모여 책 읽어주는 것을 듣는다는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책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아이들 앞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때로는 주인공의 흉내를 내어가며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교사가 아닌 어머니가 책을 읽어 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편안한 자세와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다보면 책과 친해진다. 실제로 앞에서 예를 든 학교에서는 어머니가 책을 읽어 주는 활동이 계속되면서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도서관을 찾다보니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대출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듣는 것은 좋아한다. 필자는 저학년을 담임하는 경우에 국어 읽기 시간이면 교과서에 실린 동화를 구연해주는데 그럴 때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다 듣고 난 어린이들은 "아! 재미있다" 라는 탄성까지 쏟으며 동화 속의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한다. 그리고 "다음에 또 읽어주세요"하고 부탁하며 선생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 행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넉넉하고 아름다운 심성으로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며, 읽어주는 이와 듣는 이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

어머니가 책을 읽어줌으로써 아이들은 어머니가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이면서 보호자라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며, 어머니는 내 아이의 감성과 상상력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고, 같은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게 된다.

괜찮은 엄마가 되고 싶으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자. 어머니들의 작은 실천이 아이에게 건강한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