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되어 전학 온 아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는 반 아이들이 차츰 그 아이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전학 온 아이의 독특한 성격이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자신과 다른 처지에 놓인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반 아이들의 닫힌 마음도 문제였다. 하루가 멀게 다툼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애쓰다 보면 수업시간이 결손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민을 하다 읽기 수업시간을 이용해, 엄마가 없어서 차림새도 더럽고 말도 잘 못해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내 짝꿍 최영대'를 읽어주었다. "나도 읽었어요"하고 집중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최영대가 울기 시작하는 장면이 되자 조용해졌다. 실물화상기를 사용해서 영대가 울고 있는 장면을 텔레비전 화면 가득 차게 비추고 "우리 반에 최영대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주고 싶은가요?"라고 물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대답을 들으며 아직은 동심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 동심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게 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눈에 띄게 사이가 좋아졌다.

준서(가명)는 밝고 예의바르며 바이올린 연주도 잘하고 시험만 치면 우리 반에서 일등을 하는 아이였다. 평소에는 더할 수 없이 모범생이었는데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항우장사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고집 피우는 걸 달래다보면 수업이 침해받기 일쑤였고, 모르는 척 내버려두면 두 세 시간은 화를 내며 버티고 앉아 필자의 인내심을 극에 다다르게 했다.

준서에게 '화가 나는 건 당연해!'라는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화를 다루는 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화를 내는 방법을 생각해 봐라"는 필자의 말을 영리한 준서는 알아들었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영상매체와 지나친 학습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 부모님들 중에는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모님들에게 독서치료 방법을 권한다. 독서치료(Bibliotherapy)란 상황에 맞는 책읽기를 통해 마음에 잠복해 있는 상처의 근원을 인식함으로써 그 상처를 완화·치유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자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남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통찰하도록 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해결하도록 돕는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마음이 아플 때는 책을 읽게 하자. 책에는 마음을 치료하는 힘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