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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기자의 피플@컬처] 바이올리니스트 신상준 교수

푸른 선율 흐르는 '음악 정원' 나무될 터

서울·부산교향악단장서 민간 연주자로 변신

연합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준비 바쁜 나날

"연습 피눈물나게 하지만 연주는 즐겁게해야"

  • 조송현 기자 문화팀장 pine@kookje.co.kr
  •  |   입력 : 2006-10-27 20:23:57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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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신상준 교수가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무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역 '음악의 정원'을 한층 울창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오케스트라(부산시립교향악단·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부터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상준(45·인제대) 교수. 11월 초 프로뮤지카챔버소사이어티와 한국연합오케스트라(UKO) 창단 연주회 연습에 바쁜 그를 지난 26일 부산문화회관 광장에서 만났다.

지난 1년 사이에 직업 오케스트라 연주자에서 교수 및 민간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변신한 그는 '음악의 정원론'을 펼쳐 보였다.


"음악의 정원에는 아름답고 힘차게 죽죽 뻗은 청송이나 낙엽송 전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소담스러운 타박솔도 있습니다. 나무만이 아니라 이들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덩굴도 있고, 장미와 국화 쑥부쟁이 같은 꽃들, 억새와 잔디 따위의 풀들도 많습니다. 또 이끼 같은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토양이 척박해져 결국 정원이 황폐해집니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인들이 모여 풍성하고 아름다운 음악의 정원을 이루는 거죠. 저는 그 음악의 정원을 이루는 한 그루의 나무나 한 그루의 꽃, 아니면 지천으로 널린 풀의 하나이거나 이끼일 수도 있죠. '음악의 정원'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는 구성원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신 교수의 '음악의 정원론'은 조화라는 음악의 본질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은유였다. 그는 요즘 '음악의 정원'에 한층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UKO에 대한 애착과 소회가 많았다. "미국과 한국의 직업 오케스트라 생활을 30년 동안 했고 민간 봉사오케스트라는 처음인데요, 이전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와 또다른 연주자로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UKO는 어린 생명을 살린다는 취지로 전문 음악인들이 연주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운영비를 내고 결성한 오케스트라이다. 부산 경남 울산에서 활동하는 연주자 90여 명이 모였는데 다음달 9일 창단연주회를 갖는다. UKO의 악장 겸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신 교수는 "보상 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일인데도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데 놀랐고, 생각보다 훨씬 음악이 잘 된다는 데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기본기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 위에 연주자의 따뜻한 마음과 하모니가 무시하지 못할 역할을 한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타타르스탄 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 리허설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상준(인제대) 교수. 김성효 기자
지역에서 민간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신 교수는 UKO를 창단취지를 살리면서도 지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췄다.

그는 직업은 교수이지만 오케스트라 악장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자신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애착이 많아 보였다.

"16세 때 처음 직업 오케스트라에 발을 디딘 이후 지난해까지 꼭 30년을 오케스트라와 생활했어요. 오케스트라 연주자 아닌 나를 상상하기 힘들었죠.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향 사태'를 맞아 물러날 때라고 판단하고 깨끗이 단념했지요."

'서울시향 사태'란 시향 내부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휘자 정명훈 씨의 영입과 그의 오케스트라 개혁 등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는 악장으로서 오케스트라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정명훈 씨의 통솔 스타일에도 남다른 느낌이 많은 듯 했으나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음악은 단원들 간의 화합과 조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말로 소회를 담담하게 마무리했다.

부산시향 악장 시절의 추억도 궁금했다. 그가 입단할 1994년 당시 부산시향은 외국인 지휘자의 교체 등 소용돌이가 인 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강력한 악장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에 비해 신 교수는 유순한 모습이어서 단원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미국 오케스트라와의 문화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미국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악단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지만 '단원 중의 한 명(one of them)'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음악 외적으로 정치력를 갖춘 '지도자' 개념이 강하더군요. 마치 지휘자가 아버지라면 악장은 어머니 역할이 은연중에 지워져 있다고 할까요."

그는 음악 외적으로 요구되는 악장의 역할에 힘든 적이 없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하는 곽승 수석지휘자와 단원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는 사회의 축소판'이란 비유를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곽승 수석지휘자 시절 부산시향이 미국 순회공연을 가진 것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연주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것이다. 신 교수로서는 남다른 소회가 있었다. 그의 음악의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 신주연 씨가 국립교향악단의 첼로 수석으로 미국 순회공연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연주를 '즐긴다(enjoy)'란 말이 여러 번 튀어 나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면 가슴이 떨려 즐길 새가 어디 있겠는가 하고 물어보았다.

그는 "물론 피눈물 나는 연습과 고통 뒤에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으면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응시했다가 30번이나 낙방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부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오디션 곡을 마스터하느라 밤을 샌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 음악들이 지금 나의 자산(레퍼토리)이 되었어요." 미국의 주를 대표하는 수준의 오케스트라는 보통 입단 경쟁률이 300~400대 1이며 한 번 들어가면 보수도 매우 좋고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한다.

마치 부산시향 시절 추억을 회상하듯 부산문화회관을 잠시 응시한 그는 "요즘 가르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마치 무예처럼 음악은 적정기에 신체를 단련하면서(기량을 익히면서) 진정으로 음악을 느끼는 일도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기량 연마에 너무 치중돼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번째 독주회와 러시아 타타르스탄국립오케스트라, 스위스 취리히유스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 이어 11월 4일 프로뮤지카, 9일 UKO 창단연주회를 앞두고 있고, 12월 중에는 현악4중주단 창단연주회 준비로 무척 바쁘다.

신 교수와 작별을 한 뒤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감사한 마음으로 연주를 할 때 그 자신이나 이를 듣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그가 있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질 우리 지역 '음악의 정원'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 신상준 교수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캐나다 몬트리올 이민(1967년), 이듬 해 미국 이민 ▲미국 인디애나 대학 졸업, 카네기 멜론대 대학원 졸업 ▲리치몬드심포니오케스트라 부악장, 콜럼버스심포니오케스트라 부악장 ▲부산시향 악장(1994~2000년) ▲서울시향 악장(2000~2005) ▲오웬스보로 컴피티션, 카네기멜론 영아티스트 컴피티션 입상 ▲국립교향악단, 서울시향, 부산시향, 슈트트가르트 심포니오케스트라, 유럽 헝가리 사바리아 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현 인제대 음악학과 교수, 한국연합오케스트라(UKO) 악장 겸 트레이너




# 부친 신주연 교수의 그림자

- 자녀 스파르타식 악기교육
- 악장접고 후진양성 닮은꼴

신상준 교수의 음악 인생은 아버지(신주연 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립교향악단 첼로 수석이었던 신 교수의 아버지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1967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몬트리올심포니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을 비롯, 미국의 유수 오케스트라를 전전하며 자녀들을 키웠다. 아버지 신 씨는 6세인 신 교수와 두 살 위인 누나 상원 씨에게 바이올린과 첼로를 시켰다.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신 교수는 "당신께서 내가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신 교수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스파르트식으로 악기교육을 시켰다. "아버지가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을 시키시는지 많이 울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는 견디다 못해 가출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과 반항심은 고교생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고2 때 아버지가 첼로 수석으로 있던 미국 렉싱턴심포니오케스트라에 특별오디션을 봐 누나와 함께 입단했다. 이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연주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신 교수가 인디애나 대학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귀국했고, 다시 친정인 국립교향악단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한 신 교수는 미국의 여러 오케스트라를 거치면서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이해하며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미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인의 피는 어쩔수 없는지라 '장남인 만큼 부모님을 모셔야지' 하고 늘 생각했다. 때마침 1993년 자신이 부악장으로 있던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오케스트라에 김복수(현 KBS교향악단 악장) 씨가 악장으로 부임해왔다. 그는 지휘자와 대판 싸움을 한 후 부산시향 악장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부산에 간 김 씨가 신 교수의 부산시향 입단을 권유했고, 신 교수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에 한국을 결행했다.

아버지도 85년 국향을 끝으로 오케스트라 생활을 접고 대구 영남대와 청주 서원대 교수를 거쳐 얼마 전 정년퇴임했다. 신 교수도 지난해 오케스트라를 접고 인제대에서 후진 양성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와 닮은꼴 인생이다. 지난달 금정문화회관에서 있은 신 교수의 독주회 때는 늘 지켜보던 그의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진 후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신 교수는 요즘 아버지가 매를 들어 바이올린을 시키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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