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각 학교에서 독서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진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얼마 전 독서감상문쓰기대회를 가졌다. 독서감상문쓰기대회를 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대상도서를 학교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읽는 어린이가 부쩍 늘어났다.

한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여전히 있었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책의 세계로 끌어들일까?'하고 고민하다 최근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등장한 '드라마를 통한 책 읽기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가고 없는 빈 교실에서 교육방송 홈페이지(www.ebs.co.kr)에 접속해 'TV로 보는 원작동화'를 클릭하고는 초등 3학년에 알맞은 내용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양파의 왕따일기' '자전거 도둑' '가방 들어주는 아이' '나쁜 어린이표' 등 볼만한 내용이 여럿 눈에 띄었다.

부산시교육청 권장도서목록 중 3학년 목록에 들어있는 '양파의 왕따 일기'를 선택하여 휴대폰 결제를 한 후 시청해 보았다.

책의 내용을 조금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도 있고 아이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알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마침 우리 반에는 그 책을 읽은 아이들도 있어 다음 날 아이들과 함께 보기로 마음먹었다.

'양파의 왕따 일기'를 보는 우리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도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종이 치기가 무섭게 축구공을 들고 나가는 남학생들까지도 꼼짝하지 않았다. 마침내 상편이 끝나자 아이들은 "하편! 하편!" 하고 구호를 외치기까지 했다. 필자는 "뒷내용이 궁금하면 책을 읽으세요"하고 분위기를 수습하였다.

이처럼 독서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TV를 활용하면 관심을 갖는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독서지도는 TV나 비디오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TV나 비디오를 보는 것은 위험 부담도 따른다. TV나 비디오로 책의 줄거리를 다 알아버렸기 때문에 활자매체로 된 책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TV나 비디오는 책에 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책에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는 사실과 함께 책으로 볼 때와 감동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책과 TV나 비디오를 비교해 보고 싶어 책을 읽게 된다. 실제로 TV를 보고난 다음 날 우리 반 아이들 중 여러 명이 '양파의 왕따 일기'를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했거나,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고 자랑하며 읽었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TV나 비디오를 활용해 보자. TV나 비디오가 책의 세계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