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살펴 보면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두 마당이 시를 공부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6학년까지 국어 교과서를 배우게 되면 따로 시집을 사서 읽지 않더라도 170편 정도의 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이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한 편 낭송해보라 하면 자신 있게 낭송할 수 있는 어린이가 몇이나 될까?
필자는 학년 초 학급 어린이들의 독서 실태에 관해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책을 즐겨 읽는 어린이는 서른 명중 열 명쯤 되었지만 그 중에서 시집을 즐겨 읽는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시는 문학의 핵심이고 아이들의 언어 교육이나 정서 발달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시를 즐겨 읽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감상 능력이 길러지지 않아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가 재미있다는 경험, 시를 읽으며 가슴 찡한 감동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를 학습의 대상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제일 먼저 시 교육을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시를 암송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프랑스 어린이들은 수백 편의 시를 암송하는데 그런 교육이 전 세계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밑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매주 토요일 발행하는 학급 신문에 학년과 계절에 어울리는 동시를 소개한다. 그리고 다음 일주일동안 그 시를 함께 낭송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며 암송도 하게 한다. 가을이 시작되면 꼭 소개하는 시가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 이다.
'나는 꽃이에요//잎은/나비에게 주고//꿀은/솔방 벌에게 주고//향기는/바람에게 보냈어요//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더 많은 열매로/태어날 거예요//가을이 /오면// '
함께 시를 낭송하고 나니 아이들이 물었다. "선생님, 솔방이 뭐예요?" "응. 솔방은 전부라는 경상도 사투리란다. 그러니 꿀을 남김없이 벌에게 모두 주었다는 뜻이지." "아하!"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꽃은 나비에게, 벌에게, 바람에게 모든 걸 다주고도 잃은 건 하나도 없다고 했을까?" 똘똘한 녀석들은 과학적 지식을 동반해서 제법 야무지게 이유를 설명한다. 미처 깨닫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또 선생님의 보충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시 속에 담긴 교훈을 찾아낸다. 동시인·동래초등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