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아니라도 요즘 동화책은 꼭 어린이만 읽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동화 읽는 어머니 모임'이 확산되는 것이나, 신문사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게재하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동시를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동화책을 읽기도 하지만 동화책 그 자체의 매력 때문에 그것을 읽을 때가 더 많다.

간혹은 딸아이와 동화책을 사이에 두고 먼저 읽으려고 쟁탈전을 벌이거나 동화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동화책을 즐겨 읽다보니 좋아하는 작가들도 여럿 생겼다. 외국 작가들 중에서는 모니카 페트나 미하엘 엔데, 하이타니 겐지로를 좋아한다.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를 읽을 때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는 주인공의 매력에 사로잡혀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내가 받은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책을 선물하기도 했고, 작가의 다른 책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나 '바다로 간 화가'가 나왔을 때는 책을 빨리 사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책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아이가 되어 신나게 읽은 동화책이다. 자기도 상대의 처지에 빠져 봐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해, 누구의 가정에나 있는 갈등을 부모와 아이 둘 다에게 체험시키고 그 체험을 통해서 구성원이 행복하게 화해하는 결말을 택한 작가의 재치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함께 책을 읽은 딸아이는 나에게도 이 '설탕 조각'을 먹여보고 싶어 했다. 아이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멋진 선생님이 등장하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은 나를 늘 반성하게 만든다. '우리 선생님 최고'에 등장하는 다쿠보 신키치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신바람나게 만들어 집보다 학교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지 하는 결심을 했다.

책을 즐겨 읽는 딸아이는 에리히 케스트너를 좋아하는데 '에밀과 탐정들'을 재미있게 읽고는 학교 도서관에서 에리히 케스트너의 다른 책인 '로데와 루이제''에밀과 세 쌍둥이''하늘을 나는 교실'을 스스로 빌려와 읽었다. 그후 에리히 케스트너의 애호가가 되었다. '생쥐기사 데스페로'를 쓴 케이트 디카밀로도 좋아하는데 디카밀로가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것을 알고 뉴베리상 수상작에 대한 믿음이 커져 책을 고르는 기준을 삼을 정도이다. 이처럼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독서의 세계가 한층 더 깊어진다. 독서의 계절 가을, 좋아하는 작가를 만들어보자. 동시인· 동래초등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