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책은 읽지만 독후감 쓰기는 싫어한다. 책을 읽고 나면 꼭 독후감을 써야 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독서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책을 즐겨 읽는 '능동적인 독자'를 기르는 데 있다. 그런데 독후감 쓰기를 강요해서 책 읽기가 싫어진다면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독후감 쓰기를 강조하곤 한다. 어린이들이 쓰기 싫어하는 독후감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얼까?

첫째,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고 책을 통해 얻은 감동을 오래 간직하게 해 준다. 인간이 가진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누는데 단기 기억은 반복하지 않으면 급속하게 감쇠하여 18초쯤 경과하면 거의 소멸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아, 바로 이거야'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느끼던 부분들도 며칠이 지나면 그 감동이 줄어들고 결국에는 잊어버리고 만다. 쓰기는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서 그 내용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어 장기기억 창고에 저장되게 해준다.

둘째는 기록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필자는 쓰는 것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기록의 중요함을 일깨우기 위해 장보고·이순신 장군을 비교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장보고는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 해양 진출을 통해 중국 일본 한국을 연결하는 동북아시아의 해상권과 무역권을 장악해 아라비아까지 그 이름을 떨친 인물이야. 그리고 그의 해상 활동은 이순신 장군 보다 700여 년을 앞선 것이지. 그런데도 이순신 장군이 후손들에게 더 많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건 기록을 남긴 것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라고 생각해. 이순신 장군은 전쟁 중에도 일기를 썼단다. 그것은 임진왜란 7년 동안의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역사 자료로 정말 값진 가치를 가졌다고 할 수 있어. 또 나라의 위급을 구해낸 영웅의 인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도 된단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 덕분에 그의 인간적인 면과 그 시대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지." 필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독후감을 꾸준히 쓰게 된 어린이들은 그후 생각도 깊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누구나 쓰기 싫어하는 독후감을 참고 쓸 수 있는 어린이가 된다면, 다른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독후감을 쓰는 게 귀찮지만 몇 줄이라도 쓰는 습관을 기르자. 기록이 쌓여갈수록 성취감도 함께 쌓여갈 것이다. 동래초등교사·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