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만 느껴졌던 여름방학이 훌쩍 지나고 어느덧 개학을 이틀 남기고 있다. 개학이 가까워지면 방학 숙제 정리하느라 엄마들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요즘 방학숙제는 독서가 필수인데 혹시나 책읽기를 미루어 두었다가 한꺼번에 여러 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는다든지, 짧은 책을 골라 권수만 채운다든지,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제스트판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없는지 걱정이다.

필자는 교직 생활을 하며 어린이들이 방학숙제로 제출한 독서감상문을 일일이 읽어보는데 어린이가 직접 책을 읽고 쓴 감상문과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쓴 감상문은 쉽게 구별해 낼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면 논술과외나 글짓기 학원 선생님과 함께 썼다든가 어머니가 도와준 경우가 있는데 그런 예는 양호한 편이고,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감상문을 다운 받아서 숙제를 하거나 드물게는 숙제를 대신해주는 유료 사이트를 이용한 예도 있었다.

만일 숙제검사를 받기 위해서 아니면 방학과제상을 타기 위해서 편법으로 책읽기를 한다든가 감상문을 쓴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고 싶다. 방학과제 상을 못탄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의 바른 독서 습관이 평생을 가는 법인데 억지로 책을 읽거나 남의 것으로 쓴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게 되면 책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방학동안 책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남은 이틀동안 2학기를 위해 독서 계획을 세워보자. 모든 일에 계획이 잘 짜여지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듯이 독서도 예외가 아니다. 독서계획표를 짜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읽은 책의 목록표를 만든 후 목록표의 책을 분석해 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이 읽는 책들을 종류별로 분석해보면 문학 책 50%, 위인·역사책 20%, 교양도서 15%, 학습도서 15%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약간 다를 수도 있지만 자신이 만든 독서목록표를 보고 이 비율과 어떤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다음으로는 독서 계획표를 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기 수준과 필요에 맞는 책을 주·월간별로 구분, 구체적으로 독서일정을 짜야 한다. 표에는 세운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항목도 만들어둔다. 매일 O △ X 표시를 해가며 책을 읽어가는데, O표가 늘어날수록 책 읽는 재미와 독서 능력이 향상됨을 느낄 것이다.

독서 계획을 세우는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며 지적훈련이기도 하다. 잘못 보낸 시간을 잘못된 방법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남은 방학 이틀을 2학기 독서계획을 짜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새로운 2학기가 열릴 것이다.

동래초등 교사· 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