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어느 새 열흘이 지났다. 42일이라는 긴 방학 기간의 사분의 일이 지난 셈이니, 시간은 정말 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방학을 한지 열흘이 지나자 학기 중에 애를 먹이던 말썽꾸러기들도 슬슬 보고 싶어지는데 반가운 e메일이 왔다.

"선생님, 방학하는 날 선생님과 약속한대로 처음으로 도서관에 가보았어요.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다 겨우 빈자리에 앉았어요. 친구들이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줄 몰랐는데 도서관에 가보니 알게 되었어요. 저도 더 열심히 책을 읽을 거예요. 그런데 도서관에는 책이 너무 많아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편지를 보낸 제자뿐만 아니라 숱한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책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허다한 책 중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난감해 하는 모습을 자주 봐 왔다. 실제로 필자가 며칠 전 대형서점을 찾았을때 책을 사러 나온 부모와 아이들로 어린이책 코너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몰라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 만화책 곁에서 머무는 어린이들이 많았으며, 심지어는 어머니가 권하는 책과 아이가 사려는 책이 맞지 않아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를까? 먼저, 내 아이의 독서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하자. 독서 능력은 나이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해 온 가정·학교 환경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연령에 맞는 책보다는 흥미 적성 등을 고려해서 아이의 독서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독서 능력이 또래 학년의 일반적인 수준이 된다고 판단되면 독서전문 사이트를 방문해 추천도서를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산시교육청독서교육지원시스템(reading.busanedu.net), 어린이도서관(children.lib.seoul.kr), 어린이도서연구회(childbook.org),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hanuribook.or.kr), 아이북랜드(ibookland.com), 열린어린이(openkidzine.co.kr) 등은 학년에 맞는 책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친절하게 여름방학중 읽어 볼만한 책을 따로 안내해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도 읽어야 한다. 교육청의 권장도서 목록이나 독서전문 사이트의 추천도서 목록의 책들이 훌륭하다고는 하지만 모든 아이에게 흥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어떤 책을 살 것인가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신문에 소개된 어린이책 기사도 읽어보자.

처음에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책을 고르지만 책을 즐겨 읽다보면 저절로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된다. 올 여름방학엔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을 뜨게 하자.

동시인·동래초등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