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방학이다.

그 동안 선생님들이 짊어지고 있던 여러 고민들이 어머니에게로 넘어갔다. 방학하는 날 학교에서 받아 온 '성적표에 노력을 요한다'는 내용이 많은 어린이들의 어머니일수록 고민은 더욱 많을 것이다.

학업 성취도가 낮은 어린이들의 공통점은 책읽기에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니 어휘력과 이해력이 떨어지고 논리적 사고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계산은 잘하는데도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해 수학 점수가 낮고,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워서 해결하려고 하니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한 과외선생님의 지도나 유명한 학원 수강도 아닌 바로 책읽기이다. 필자가 몇 년 전 1학년 담임을 할 때 받아쓰기를 하면 늘 울고, 시간 내에 문제를 다 읽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아 속을 태우게 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여름방학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책읽기를 실천하더니 2학기를 얼마나 즐겁고 자신만만하게 하던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비교적 시간이 많은 여름방학이야말로 독서를 하기에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한다든지, 내용 파악이나 독후 감상문 쓰기를 위한 지도까지 하려고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자. 엄마도 아이도 피곤해지고 책읽기가 싫어지는 원인이 된다. 그럼 방학동안 편하고 즐겁게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자.

일주일에 한 번 씩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는 요일을 정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꼭 지키는 것만으로 훌륭한 지도가 된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를 때면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를 눈여겨보고, 그 분야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꼭 책을 대출해 오자. 정해진 날짜까지 책을 읽고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독서 습관과 함께 책임감도 기르게 된다.

다음, 어린이 서점으로 피서를 가자.

서점의 분위기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지도가 된다. 어린이 서점은 어린이책이 따로 모아져 있어 좋은 책을 고르기가 쉽다. 또한 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연계 프로그램도 구상을 해두고 있어 교육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서점에 가서는 아이가 읽고 싶은 책과 엄마가 권하는 책을 함께 구입하자. 그리고 집에 와서는 텔레비전을 끄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책 읽는 시간을 만들자.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독서지도사보다 나은 독서교육을 하게 된다.

도서관과 어린이 서점으로 떠난 피서! 유명 관광지나 해외 여행을 다녀온 친구보다 몇 배 더 알차고 보람찬 방학을 선물할 것이다.

동시인·동래초등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