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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3> ‘경상도’가 ‘갱상도’인 이유

`경제` 아닌 `갱제`는 자연스런 현상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4-09-15 20:20:4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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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미일까 새끼일까

우리 주변에 흔히 보는 동물은 어미 이름뿐만 아니라 새끼 이름이 있다. 어미 이름과 새끼 이름이 있는 동물은 우리와 친숙한 가축이다. 이는 새끼 때부터 클 때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새끼 때 이름과 어미 때 이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는 송아지, 말은 망아지, 개는 강아지, 닭은 병아리 등 모두 어미 이름과 새끼 이름 둘 다 있다. 짐승의 새끼 이름에는 '-아지'나 '-아리'등의 '작다'는 뜻의 뒷가지가 붙어 있어 새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고양이'는 이런 말이 없어 어미인지 새끼인지 알 수 없다. 표준어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경상도 사투리에 그 이해의 열쇠가 있다.

경상도에서 고양이는 '갱이'(김해 고성 의령 거창 합천 함양 산청 함안 창원)나 '굉이'(진주 하동), 혹은 '개냉이'(밀양, 양산), '꾀내기'(울주) 등으로 부르거나 '살징이'(양산), '앵구'(통영 거제), '개이'(진양), '기생이'(남해)등으로 부른다. 여기서 고양이 명칭이 '갱이, 개이, 굉이' 형식과 '개냉이, 꾀내기'형식으로 나뉘는데, 이를 분석해 보면 '개, 갱, 굉+-이'의 모습과 '개, 꾀+내기,앵이' 모습이 나타난다. 고양이의 옛말이 '괴(猫)'인 것을 이해하면 '개, 갱, 굉'은 고양이를 뜻하고 '-이'는 부르는 말에 붙는 뒷가지고, '-내기, 앵이'는 새끼를 나타내는 '애기'의 바뀐 꼴이다.

그러므로 경상도에서는 고양이 어미를 '굉이', 새끼를 '괴내기'로 구분해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양이가 어미와 새끼가 구분이 안되는 것은 크기와 관련해 이해될 수 있다. 고양이는 커도 강아지만하니 단순히 보면 새끼인지 어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새끼와 어미를 함께 이르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새끼 이름이다.

참고로 '-애기'가 붙은 경상도 말에는 '끄내끼'와 '싸래기'등이 있다. 끈도 보통 것은 '끈', 짧은 것은 '끄내끼'식으로 구분되며 쌀도 부스러기는 '싸래기'다.





경상도 사람이 놀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발음이 이상하다는 점이라고 한다.

어떤 발표자가 발표회장에 나와 '대포로 발포하겠다' 해서 청중의 웃음을 산 적이 있다. 더욱이 경상도 대통령이 '경제가 위기입니다'를 '갱제가 이깁니다' 했다가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해운대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간강 도시'(?)로 만들어 버렸다는 말도 한다. 또한 '확실히'를 '학실이'로 발음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저렇게 하면 되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학실히' 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은 특정한 발음을 잘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경상도 사람들도 자신이 발음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지적되는 발음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다.

먼저 닿소리(자음) 'ㅅ'과 'ㅆ'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살'과 '쌀'과 같은 단어를 구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이사해 온 자취생이 주인집 할머니가 학생이 밥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대신 밥을 해 주려고 '야야 살 시꺼 나라'했더니 그 학생이 '쌀을 씻어라'로 알아듣지 못해 목욕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두 번째는 홀소리(모음) 중에서 'ㅡ'와 'ㅓ'를 구분하지 못하고 'ㅔ'와 'ㅐ'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을 '걸'로 읽고 '은마 아파트'를 '언마 아파트'로 발음하며 '개'는 그대로 발음하는데 '게'를 발음할 수 없어서 '끼'로 힘겹게 발음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ㅑ, ㅕ, ㅛ, ㅠ'와 같은 겹홀소리(이중모음)을 발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명인'이나 '문맹인'이나 똑같이 [문맹인]되는 인간 평등 주의자(?)로 대접받기도 하고, '명물'(유명한 것)이 '맹물'(아무것도 없는 것)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오해는 특정한 부분만을 비교해서 이해되는 편견이다. 만약 그렇다면 경상도 사람들은 발음을 못하는 발음 장애인이란 소리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먼저, 특정한 사람의 이상한 행위는 그 사람의 생활 환경이나 현재의 상태를 살펴 보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자기와 다른 발음을 하거나 이상한 어휘를 쓰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환경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체계와 의도를 모르면 비합리적인 편견이 나타난다.

경상도 사람들이 특정한 닿소리나 홀소리를 발음하지 않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우리가 발음을 하는 이유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뜻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발음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발음을 할 때는 복잡하거나 힘든 발음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일부러 굳이 어렵게 발음할 필요가 없다.

경상도 사람들이 '살'과 '쌀'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이 둘을 다른 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쌀'과 '살'로 구분하지 않아도 '살'과 '살키'로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데 굳이 구별하기 어려운 'ㅅ'과 'ㅆ'을 발음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에서 'ㅅ'도 어려운 발음이고 'ㅆ'은 더욱 어려운 발음이다. 우리말은 마찰음이 많이 없는 말로 유명하다. 마찰음은 발음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욕에는 마찰음이 많이 쓰인다. 마찰음의 특성상으로도 소음이 많아 시끄럽게 들리므로 욕에는 제격이다. 'ㅅ'과 'ㅎ'이 이러한 마찰음에 속한다. 여기에 'ㅆ'은 마찰음에 다시 센 기운을 더해 발음한다는 것이므로 고통 위에 고통을 더하는 것과 같다. 이런 고통을 참느니 아예 다른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다.

둘째로 한 나라 안에서의 발음은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없다. 왜냐면 언어 체계란 것이 있어서 근본적인 틀이 바뀌면 다른 나라의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홀소리 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ㅡ'와 'ㅔ'이다. 왜냐하면 'ㅡ'소리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는 발음이다.(그래서 'ㅡ'소리의 별명이 흐리멍텅함이다.) 'ㅡ'소리는 잘못 발음하면 'ㅓ'소리로 변하게 되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리고 'ㅔ'소리도 'ㅐ'와 정확하게 구분되기 어렵다. 두 소리의 차이를 입벌림의 정도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배운 사람도 '화제'인지 '화재'인지 듣고 쓰기에는 곤란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도 'ㅓ'를 'ㅡ'를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어른'을 '으른'으로 발음하고, 젊은이들도 '네'를 '니'로 발음하는 것이 예사로 들리는 등 'ㅔ'와 'ㅐ'도 구분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 사투리나 경상도 사투리는 서로가 발음상의 제약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 발음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서울 지역의 홀소리가 9개로 완전한 체계를 갖추고 있더라도 경상도 지역의 6개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 지역은 길고 짧은 2개의 길이로 뜻을 구분하고 경상도 지역은 3개의 높낮이로 뜻을 구분한다. 홀소리의 구분을 산술적으로 비교하더라도 서울 지역은 9(홀소리)×2(장단)=18, 경상도 지역은 6(홀소리)×3(높낮이)=18로 동일하다. 결국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의 3단의 배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발음이 어려운 홀소리를 일부러 발음하는 것보다 높낮이로 대신 뜻을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상도 사람은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안하는 것이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경상도 사람들이 겹홀소리(이중모음)을 발음할 수 없다는 것은 구조적 압력에 의한 것이지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 바 조직 속에 있는 요소는 조직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평범한 원리에 따른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를 '갱상도'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영이'를 '앵이'라고는 발음하지 않는다. 즉, 'ㅕ'를 일괄적으로 'ㅐ'로 발음하지 않는다. '경상도'에서 '경'과 '영이'에서의 '영'은 그 환경이 다르다. '경'의 경우는 '닿소리+겹홀소리+닿소리'의 구조이고 '영'의 경우는 'φ+겹홀소리+닿소리'의 경우이다. 경상도 말에서는 높낮이 때문에 한 음절 속에서는 3개 이상의 소리로는 발음 되지 못한다.

그래서 3개 이상의 발음이 오면 일괄적으로 3개로 조정하게 된다. 겹홀소리는 홀소리가 길어진 것으로 두 개의 소리이다. 그래서 겹홀소리가 있는 발음은 음절 속에서 3개 이상 발음된다는 원리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닿소리+겹홀소리+닿소리'의 구조인 '경'은 한 음절 발음이 4개가 되고 'φ+홀소리+닿소리'의 '영'은 음절 발음이 3개가 된다. 그러므로 '경'의 경우는 3개의 발음인 '갱'으로 조정하게 되고 '영'은 3개 발음이므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확실히'도 '학실히'로 발음하고 '대표'도 '대포'인 것이며 경제도 '갱제'로 발음한다.

   
이근열
이처럼 경상도 사람들이 발음을 못한다는 것은 경상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높낮이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 체계에 따라 길게 발음하는 것을 없애고 짧으면서 쉬운 발음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 경상도 사람들도 자신의 발음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쉽고 경제적인 원리에 순응한 자연스런 현상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낮이가 있는 한 우리는 '확실한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 '학실한 갱상도 사람'이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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