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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무인기, 러 전투기와 충돌 후 추락…냉전 후 초유의 사건에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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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14일(현지시간) 충돌해 미국 무인기가 추락하는 냉전 이후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두고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각이 이번 일로 더욱 증폭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양국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미국측 무인기의 추락 원인을 두고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으며 정면으로 맞붙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측 모두가 더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군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이 닿아 있는 흑해의 상공에서 충돌해 미군 무인기가 추락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를 두고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사건으로 양국 간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 냉전 이래 첫 충돌, 왜 발생했나

미군 유럽사령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의) SU-27기 2대가 흑해 상공 국제공역에서 운항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무인기 MQ-9을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SU-27은 러시아 공군에서 운영하는 주력 전투기 기종 중 하나이며, ‘리퍼’라는 이름이 붙은 MQ-9은 정찰과 공격이 둘 다 가능한 무인기다.

유럽사령부는 이날 오전 7시3분께 러시아 SU-27기 1대가 MQ-9의 프로펠러에 부딪혀 미군은 무인기를 국제해역에 불시착하도록 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돌이 벌어지기 이전 SU-27기가 여러 차례 MQ-9에 연료를 뿌렸으며, 그 앞을 난폭하고, 환경적으로 부적절하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비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사령부(EUCOM)는 두 대의 러시아 Su-27 항공기가 14일(현지 시간) 흑해 상공 국제 공역 내에서 작전 중인 미국 무인 MQ-9 항공기에 대해 요격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두 대의 러시아 SU-27 항공기가 지난 2015년 7월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해상 방위 전시회(IMDS)에서 비행 모습. (EPA=연합뉴스)

미과 러시아 군용기 냉전 이래 첫 충돌, 왜 발생했나

AP 통신과 미 CNN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오전 이른 시각 양측의 충돌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지대이자 ‘푸틴의 성지’ 크림반도 서쪽인 흑해 상공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충돌 당시 국제공역에서 운항하며 감시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MQ-9 ‘리퍼’ 드론 근처로 갑자기 러시아의 수호이-27(SU-27)기 2대가 가까이 날아왔다.

SU-27 전투기들은 드론에 접근한 상태로 30∼40분간 주변을 선회하면서 드론 위로 연료를 뿌려댔으나, 양측 사이에 통신이 오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결국 오전 7시3분께 SU-27 한 대가 드론 프로펠러를 들이받았고, 드론은 인근 국제수역으로 불시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군 당국의 주장이다.

MQ-9에 부딪힌 기체를 비롯해 러시아 측 전투기 2대도 손상을 입고 추락할 뻔 했으나 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MQ-9 리퍼는 날개 폭만 20m에 이르는 대형 무인기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시로 작전을 수행했고, 헬파이어 미사일 등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 장착도 가능하다. 가격은 대당 3천200만달러(417억5천만원) 정도다.

추락 원인 서로 "네탓?

미국은 국제공역 비행에 대한 러시아의 요격 시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이 지정한 출입금지 구역이 침범된 데 따른 대응으로 전투기를 출동시켰으나 실제 충돌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안전하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은 ‘요격’”이라고 표현하며 책임을 러시아에 돌렸다.

미국은 필요할 경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까지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드론을 요격하려 시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일치된 언급을 내놓고 있지만, 러시아는 당시 세부 상황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군 드론이 국경 근처를 비행하다가 러시아가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곳을 침범했고, 이에 드론 요격을 위해 러시아군 전투기를 동원했다는 입장이다.

또 전투기들이 실제 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았고, 드론과 충돌하지도 않았다며 “미국 무인기가 ‘날카로운 기동’(급한 방향전환 등)을 한 탓에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고, 얼마 후 수면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책임 공방 속 갈등 확산 자제 움직임도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직접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군사지원 의사를 밝힌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간 대치가 직접적인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가디언은 “양측은 ‘최후의 수단’ 핵탄두를 수천개씩 보유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행동은 위험을 상당히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측은 충돌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도 행여 갈등이 확산할까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우려를 전달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관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우리가 흑해 상공에서 비행하거나 작전하는 것을 막거나 단념시키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 이는 실패할 것”이라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견제에 굴하지 않고 역내에서의 군사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반면, 안토노프 대사는 초치돼 미 국무부에 들어가서는 이번 사건을 미국 측의 도발로 규정하며 각을 세웠다고 로이터 통신이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는 이번 사건을 도발로 보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어떤 대립도 원하지 않는다”며 정면 충돌은 피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언론 "러시아의 강압적 신호가 원인일 수도"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종종 사용하는 ‘강압적 신호’(coercive signal)가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압적 신호란 상대방에 영향을 주되 실제 무력 사용까지는 못미치도록 고안된 군사적 행동을 가리킨다.

미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은 2021년 수십건의 근접 사례를 살펴본 결과 러시아군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대해 이런 강압적 신호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방법을 써버린 후에는 이런 신호가 더 위험하고 전문적이지 않은 것이 되버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추락한 드론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어디에 떨어졌는지, 잔해 수거 작업이 진행 중인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CNN은 “민감한 감시 기술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간다면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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