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각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대로 대폭 늘리고 있다. 글로벌 방위산업체들은 때아닌 특수에 웃음 짓는다.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에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의료·방위 지원물자를 싣고 갈 미군 차량이 하역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 여야는 군대 현대화 특별자금 1000억 유로(약 133조 원)을 투입하는 데 합의했다.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1.53％(2021년 기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목표인 2%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앞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수년 내 독일군의 재무장과 현대화를 위해 1000억 유로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물론 이탈리아·덴마크도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우리 국민의 안위가 나토 동맹 내에서 가장 잘 보호될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현재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GDP의 2%에 도달할 것”이라며 나토 동맹으로서 책임을 짊어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만도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력 증강에 팔을 걷어붙였다. GDP의 2% 이상을 이미 국방비에 투입 중인 대만은 2010년부터 미국과 230억 달러(약 29조2000억 원)의 무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 중 2020년 한 해에 승인된 계약 총액만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 이상이다.

최근 대만이 구입한 미국제 무기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효과가 입증된 휴대용 미사일과 F-16 전투기가 주류를 이룬다. 중국의 침공을 일선에서 막아내는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 등 47개국 국방 당국자가 참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열린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맨 위 왼쪽 2번째)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하면서 방산업체는 더 바빠졌다. 미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언 테크놀로지의 그레고리 헤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로 운송되고 있는 모든 것은 미국 국방부나 NATO 동맹국들의 비축 무기다.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결국 우리가 비축 무기를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록히드마틴과 공동 생산한다.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된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도 만든다.

제임스 테이클린 록히드마틴 CEO는 최근 CBS 방송에 “연간 2100기인 재블린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윌리엄 하텅 선임연구원은 “군수산업에 ‘골드러시’와 같은 기회”라고 말했다. 스위스 매체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장갑차와 탱크를 만드는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매출이 15~2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첫 해인 2020년 세계 100대 군수업체의 무기·군사서비스 매출은 5310억 달러(673조 원)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당시 3.1% 역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1130억 달러(2683조 원)로 전년보다 0.7% 증가하며 2조 달러를 처음으로 넘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유럽이 군비 지출을 늘린데다 일본·중국도 국방비를 증액한 영향이다. 세계 100대 글로벌 방산기업 가운데 미국 업체가 41개로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했다. 유럽 업체 매출 비중은 2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