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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달러 바닥” 기름 살 돈도 없는 최빈국

스리랑카 채무불이행 공식 돌입

파키스탄· 미얀마도 “외화 부족”

우크라도 국제사회에 지원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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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달러 빚을 갚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물론 많은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까지 전개했다. 25년 전 한국처럼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IMF에 손을 벌리는 나라가 늘고 있다. 지나친 감세부터 쿠데타·전쟁까지 외화가 바닥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19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대학생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경찰 물대포 차 위에 올라가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는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공식 돌입했다. 지난달 12일에는 IMF와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고 선언했다.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는 총 510억달러(약 65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약 70억달러(약 8조9500억원)이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장은 “선제적인(pre-emptive) 디폴트”라고 설명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채권자들에게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이미 알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 장관도 지난 18일 의회에 출석해 “스리랑카 영해에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 척 있지만 외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스리랑카 경제가 붕괴한 원인은 외화벌이 효자인 관광 부문이 붕괴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로 재정정책 실패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결국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중국은 물론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WB)에 손을 내밀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신임 총리는 “세계은행으로부터 받은 1억6000만 달러(약 2050억 원)를 연료 수입에 쓸 수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파키스탄 카라치의 환전소에서 한 거래자가 미국 100달러 지폐를 확인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달러 대비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도 물가 폭등과 외환보유고 감소로 경제 위기가 가속화하자 지난 19일 자동차·휴대전화를 포함한 38개 사치품에 대해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수렁에 빠졌다. 경제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을 인용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외 채무는 1300억 달러(약 165조 원)에 달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고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162억달러(약 21조 원)에서 103억달러(약 13조 원)로 줄었다.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392억달러(약 50조 원)에 달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최근 IMF와 실무 협상을 재개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2019년 7월 IMF로부터 3년간 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미얀마도 외화 부족이 심각하다. 지난해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국제사회 제재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얀마는 전기생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일부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양곤시는 최근 전역을 두 지역으로 나누어 4시간씩 번갈아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파괴된 일리치 제철소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 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기 구매와 피란민 지원을 위해 현재까지 83억 달러(약 11조 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2021년 연간 지출액 622억8000만 달러의 8분의 1 정도를 지난 두 달 반 동안 계속된 전쟁에 쓴 셈이다. 마르첸코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추가로 수십억 달러를 긴급 지출로 퍼부어야 하는 만큼 긴급한 외국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월 석 달 간 외부 자금은 무상원조 8억100만 달러(약 1조원)를 포함해 모두 54억 달러(약 7조원)였다. 우크라이나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사용도 논의 중이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필요한 만큼 주요국 통화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다. 마르첸코 장관은 “주요 7개국(G7)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SDR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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