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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점령지 병합 수순…이달 주민투표하나

돈바스·헤르손 러시아화 속도…크름반도 편입 방식 따라할 듯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5-03 20:16:5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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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흑해 진출 봉쇄 포석도
- 서방국 “정당성 없는 불법” 경고
- EU, 러産 석유 금수 조치 추진

러시아가 이달 중순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등에서 러시아 연방 가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 병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미국 측 분석이 나와 ‘분단’ 우려가 커진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수 보고를 근거로 미국은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병합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DPR과 LPR은 돈바스 내 친러시아 반군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해 자칭 ‘공화국’을 선언한 지역으로, 이번 전쟁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러시아는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 주민을 ‘신나치세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는 “러시아가 5월 중순에 (러시아 연방 가입을 묻는) 조작된 주민투표를 획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크림)반도에서 행한 주민투표 후 병합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시 크름반도 주민 96%가 러시아 귀속에 찬성해 병합이 강행됐다.

카펜터 대사는 러시아가 돈바스는 물론 남부 점령지인 헤르손을 상대로도 같은 방식으로 주민투표를 통한 병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 역시 러시아 고위 관료의 발언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오는 14, 15일 이 두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카펜터 대사는 “병합 보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초 장악한 헤르손과 자포리자주 멜리토폴 등에서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사용하도록 하고 러시아 문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러시아화에 속도를 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에 실패하자 전략을 전역에서 동부와 남부로 바꾸고, 이일대 점령지를 확대한 뒤 크름반도처럼 영원히 실효 지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동·남부를 장악해 크름반도와 러시아 간 육로 이동로를 만드는 동시에 흑해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를 공격, 우크라이나의 흑해 진출도 봉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날 오데사에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기숙사에 살던 10대 소년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고, 남부 마리우폴과 동부 이지움 리만 루비즈노예 등지에서도 교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로부터 러시아가 오는 9일 전쟁을 끝낼 계획임을 전해 들었다”고 말해 주민투표와 병합 관측에 무게가 더 실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분단시켜 영구점령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방은 이를 단호히 반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민투표와 병합 야욕에 관해 미국은 “정당성이 없고 병합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카펜터 대사는 “조작된 주민투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할 어떠한 시도도 합법적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곧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전면 중단 등 강력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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