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전지 마리우폴 등 공습 재개
- 젤렌스키 “신생아 숨져” 더 분노
- 美 장관들 키이우 첫 전격 방문
- ‘트란스니스’ 제2 돈바스 우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2단계 목표를 ‘동부 돈바스 전역과 남부의 완전한 장악’으로 설정하면서 23일(현지시간) 동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물론 서남부 흑해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에도 맹공을 퍼부었다. 러시아군은 러시아정교회의 축일인 부활절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자비 없는 공세를 펼쳤다.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오데사에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공군사령부는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이 오데사 지역 군사시설과 민간 주거건물을 타격, 생후 3개월 된 신생아를 포함해 8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군은 “오데사를 향해 6기 이상의 순항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키예프) 지하철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후 3개월 아기의 사망을 언급하며 “그 아기가 태어난 지 1개월 됐을 때 전쟁이 시작(2월 24일)됐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상상이나 할 수 있나. 그저 개자식들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며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시민 2000여 명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마리우폴에서도 공습이 재개됐다.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직 우크라이나군이 항전 중임에도 마리우폴 전투에서의 승리를 선언했고, 아조우스탈 잔류 병력에 대해서는 총공격 대신 봉쇄하라고 지시했으나 다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전날 “러시아 정예부대 12~14개가 마리우폴을 떠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루한스크주 내 한 마을에선 이날 포탄이 떨어져 6명이 사망했다. 유럽연합(EU) 고위 관료는 “앞으로 몇 주가 결정적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해안에서 러시아군의 공격 강도가 매우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완전히 장악, 우크라이나의 바닷길을 뺏는 한편 러시아와의 육로 이동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몰도바까지 침략할 야욕을 드러냈다. 앞선 22일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은 “특별 군사작전(전쟁)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돈바스 지역 통제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육상 회랑을 만들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통제는 러시아군에게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공화국으로, 50여만 명의 주민 중 약 30%가 러시아인이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협정을 맺고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1단계 작전은 완료됐다. 이제는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며 키이우 등 북부전선에서는 병력을 동·남부로 대거 이동시킨 러시아는 2단계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육로 통로를 만들고, 이를 우크라이나 서쪽 몰도바까지 잇겠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몰도바는 러시아 대사를 초치,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EU 가입에도 속도를 낸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키이우를 전격 방문, 24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서도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거듭 제안했으나 러시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