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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20> 제신이여, 어찌 무도한 짓을!

하나라 걸왕 능가하는 주왕의 폭정, 상나라 멸망 부르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7 18:52:5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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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대 조갑, 개혁 나섰지만

- 신권 독점 위해 ‘주제’ 법 창제
- 귀족들 조상종묘 못 모시자 분노
- 점복도 독점해 불협화음 극 달해

# 상 왕조 기운 쇠하기 시작

- 조갑, 음란한 행동 일삼고 타락
- ‘천신’을 우습게 안 27대 무을왕
- 하늘 희롱하다 날벼락 맞아 죽어

#‘안하무인’이 된 마지막 왕

- 미녀 ‘달기’에 빠져 정사 등한시
- 반발하는 신하 ‘포락지형’ 고문
- 심지어 간언하는 제후들 살해도

‘사기’는 조갑(祖甲)이 음란한 행동을 일삼아 그로부터 다시 상 왕조가 쇠하게 되었다고 짧게 기록한다. 조갑은 무정의 아들로 형 조경(祖庚)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제24대 왕이다. 조갑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그가 제사의 규칙을 정한 ‘주제(周祭)’의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그동안 지내온 수많은 제사는 대상이나 순서 등이 모두 중구난방으로 엉성했기에 형식을 갖춰 위엄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매년 첫 번째 갑일(甲日)을 시작으로 상왕과 그의 정실 아내의 순서로 제사를 지내는 것 등이다. 또한 조갑은 종묘의 구분, 문자와 역법의 개혁, 점복의 방법 제한 등 여러 정치적 개혁을 시행했다. 하지만 귀족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다른 사서는 전한다.
   
상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은 천성이 총명하고 체격은 우람해 용맹과 힘이 탁월했지만 이런 이유로 신하의 간언을 듣지 않고 다른 이를 업신여겼다. 특히 주색과 음란한 음악을 즐겼는데, 달기라는 미인에게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의 놀이를 일삼다가 결국 나라를 멸망케 했다. 그림은 포락지형(炮烙之刑) 상상도.
■개혁을 꾀한 왕과 귀족의 반발

신권의 나라에서 제사의 규칙은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는가. 그것도 형식을 갖춰 위엄을 세우자는 것인데 귀족이 반발하다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왕이라 칭하고 칭해지기는 했지만 처첩이 백여 명에 이를 정도의 복잡한 혼인으로 동맹을 맺어야 했다. 그만큼 귀족의 위세가 만만찮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귀족은 자신들의 조상까지 종묘에 올려 제사 지냈다. 말은 왕이지만 종묘에 귀족의 조상까지 줄줄이 올려서야 어찌 온전한 왕실이겠는가. 조갑이 주제의 법을 만든 것은 그런 권위의 분산을 왕실로 집중시킨, 이를테면 신권의 독점이었다. 점복의 방법을 제한한 것 역시 같은 의미이다. 신의 뜻을 물어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체제에서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점을 친다면 뜻이 엇갈릴 것은 당연한 노릇이니 제한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귀족의 입장에서는 동맹이 아니라 신하가 되는 것이니 반발이 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지만 무정의 치세가 만들어놓은 탄탄한 국력이 있으니 감히 대들지는 못하고, 뒷자리에서 수군거리던 것이 ‘음란’으로 전해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음란은 좀 생뚱맞지 않은가?

뒷날 유목국가를 세운 북방민족은 내내 부족연맹체적 성향을 보였다. 특별히 탁월한 지도자가 나타나면 ‘칸(可汗)’으로 칭해지는 그를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해 중원을 위협하거나 무너트렸다가도 후계 등의 사정으로 금이 가면 금세 분열되어 세력을 잃기 일쑤였다. 상도 그 비슷한 연맹체적 결합이었고 신과 점이 강력한 연결고리가 되었는데 그것을 끊어 독점하려는 것이었으니 나쁜 길로 빠져든 ‘타락’이라는 의미에서의 음란이었다. 또한 자신의 조상을 종묘에 배향하지 못하는 분노와 상실감에 따른 불협화음은 이후 다시 결집하지 못하는 까닭이 되었을 것이다.

■주지육림과 포락지형의 망조

   
주왕과 달기의 모습.
상에 대한 사마천의 붓은 내내 곱지 않았다. 역시 조갑의 음란으로 왕조의 기운이 쇠하기 시작했다더니, 그 아들 늠신(廩辛)과 경정(庚丁)을 뒤이은 무을(武乙)은 우상(偶像)을 만들어 그것을 천신(天神)이라 부르며 모욕하더니, 피를 채운 가죽 주머니를 높이 매달아 활로 쏘고 이를 사천(射天)이라 명명하는 오만 끝에 천둥소리에 놀라 죽었다고 기록한다. 아예 망조가 들었다는 비판이다.

신정의 나라에서 하늘을 모욕하고 화살을 쏘는 사천이라니, 참으로 방약무인하기 이를 데 없다. 아니 아예 미친 짓이다. 그런데도 가뜩이나 제사와 점의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었을 귀족들은 그저 뒤에서 수군거리고만 있었다는 것이니 왕실은 쇠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튼튼했거나, 사천 따위의 기록이 터무니없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상의 귀족이 아니더라도 호시탐탐 설욕을 노리던 하의 후손들이 벌써 나섰을 테니 말이다.

무을의 뒤는 태정(太丁)과 제을(帝乙)이 이었고 마침내 제신(帝辛)이 등극했다. 미리 말하지만 그는 하의 ‘걸’처럼 불명예스러운 ‘주(紂)’라는 시호를 얻은 상의 마지막 왕이다.

‘사기’에 따르면 제신은 천성이 총명하고 말재주가 뛰어났으며 일처리 또한 신속했다. 체격은 우람하고, 용맹과 힘이 탁월하여 맹수를 맨손으로 잡을 정도였다. 하여 그는 신하의 간언이 필요치 않다 생각했으며 다른 이를 업신여겼다. 주색과 음란한 음악을 즐겼으며 특히 달기(妲己)라는 미인을 총애했다. 정원과 사냥터를 확장하고, 가혹한 세금을 거두어 ‘녹대(鹿臺)’를 높이 쌓고, 호화스러운 누각과 정자도 무수히 지었다. 술로 채운 연못과 고기를 매단 숲으로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 벌거벗은 남녀들이 서로를 쫓으며 밤을 새워 황음을 즐겼다.

반발하거나 배반하는 신하와 제후들은 가혹한 형벌로 위협했다. ‘포락지법(炮烙之法)’이 전형이다. 기름칠한 청동 기둥 아래에 숯불을 피워놓고, 죄인을 맨발로 기둥 위를 걷게 해 떨어지면 불에 타죽게 하는 형벌이라는 설과 속이 빈 청동 기둥 안에 불 피운 숯을 가득 채워 달군 뒤, 산채로 기둥에 묶어 타죽게 하는 형이라는 설이 있다. 어느 쪽이거나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형벌이다.

서백 창(西伯昌), 구후(九候), 악후(鄂候)를 삼공(三公)으로 삼았는데 구후가 아름다운 딸을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녀가 음탕한 짓을 싫어하자 죽이고, 아비도 죽인 뒤 소금에 절여 젓갈을 만드는 해형(醢刑)에 처했다. 악후가 이를 만류하며 격렬한 어조로 질책하자 포를 떠서 죽였다.

서백 창이 악후의 소식을 듣고 혼자서 탄식했다. ‘서백 창’의 ‘서백’은 서방 제후의 우두머리라는 뜻이고, ‘창’은 이름이다. 다른 제후 중 한 사람인 숭후호(崇侯虎)가 그의 탄식을 고자질하자 서백을 유리에 가두었다. 이에 그의 신하 굉요(閎夭) 등이 미녀와 진기한 보물, 준마 등을 바치자 왕은 그를 사면해 주었다. 출옥한 서백은 낙수 서쪽의 땅(섬서성 서안시 동쪽 대려현 인근)을 바치며 포락형을 없애주기를 청했다. 왕은 윤허하고 서백에게 궁시부월(弓矢斧鉞:활·화살·큰 도기·작은 도끼)을 하사하여 주변 제후국을 정벌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서방 제후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너무 강해서 방약무인 했던가

‘유리’는 안양시 탕음현 인근에 있는 성지(城址)로서 감옥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삼공의 자격으로 도성에 머물던 서백을 가두었다가 뇌물을 받고 풀어주었으며, 더하여 왕의 군사권을 상징하는 궁시부월까지 하사하여 서쪽 방국의 우두머리임을 인증했다는 것이다. 서백은 훗날 제신을 정벌하여 상을 멸망시키고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의 아버지다.

서백이 귀국하여 덕을 베풀고 선정을 행하자 많은 제후들이 제신을 등지고 그를 추종했다. 이에 왕의 숙부 비간(比干·서형(庶兄)이라는 설도 있다)이 경계를 간언했지만 듣지 않았다. 서백이 왕에게 충성하는 제후국 기국(饑國)을 정벌하자 신하 조이(祖伊)가 그 사실을 고하고, 왕의 음란과 포악함을 간하며 하늘의 뜻을 말했다. 그러나 왕은 ‘내가 태어나서 국왕이 된 것은 천명이 있어서가 아니요?’라며 내쳤다. 이에 조이는 ‘제신에게는 간할 수 없다’라고 탄식했다.

왕의 음란은 갈수록 더해졌다. 제후인 미자(微子)가 여러 차례 간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에 미자는 태사(太師) 소사(小師) 등의 대신과 상의한 뒤 상을 떠났다. 아마 자신의 봉지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비간은 ‘죽더라도 왕에게 충간(忠諫)해야 한다’며 간언을 멈추지 않았다.

왕은 진노하여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고 들었다’라며 비간을 죽여 그의 심장을 꺼내보았다. 왕의 숙부인 기자(箕子)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미친 척 가장하여 남의 노비가 되고자 했지만 그를 잡아 가두었다. 태사와 소사는 상의 제기(祭器)와 악기(樂器)를 가지고 주로 달아났다. 국력이 쇠했던 것이 아니라 강해서 방약무인하다가 멸망을 자초하고 있었던 것이다.


# 신인수면·도철문 … 장강서 희귀 문양 새겨진 유물 쏟아져

- 괴수·악귀 형상화한 옥종 출토
- 수준 높은 수공예 작품들 많아
- 中 황하문명보다 앞선 기술 눈길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신령, 종교 등 영적세계에 뿌리를 둔 다양한 신상(神像)을 고대문명의 유산으로 남겼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는 특별한 자연현상이나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의 대응이었지만 철학과 과학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하유역에서 발굴된 대지만문화의 토기 문양, 도철문이 새겨진 주나라 초기의 술통, 장강유역 석가하문화의 옥(玉) 신인(神人), 장강유역 양저유적에서 발굴된 옥월과 신인수면문, 패옥.
중국문명의 주류라 하는 황하유역에서도 각종 상징적 문양을 새긴 여러 유물이 발굴되었다. 그런데 삼황오제를 비롯해 전해져오는 다양한 신화와 전설에 비해 유물의 문양은 삼성퇴나 장강유역, 뒤에 이야기할 북방 홍산문명의 그것보다 덜 상상적이다.

장강유역 양저 유적에서 출토된 신인수면문(神人獸面紋) 옥종(玉琮)을 보자. 신인수면문은 전체적으로는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형상이나 불거진 큰 눈과 크고 무섭게 벌어진 입 등은 무서운 괴수를 형상화 한 것이다. 이는 후대 하·상·주(周) 시기 청동기에 나오는 도철문(饕餮紋)의 원형으로 보인다. 도철은 용의 다섯째 아들로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치운다는 악귀다. 이런 악귀를 문양으로 새긴 것은 그 악성(惡性)을 역이용하여 다른 악령을 퇴치하기 위한 것으로 옥종의 대부분이 무덤을 중심으로 하여 출토된 점과 일맥상통한다.

양저 유적은 기원전 30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비슷한 시기의 삼성퇴 유물과는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황하유역 대표 유적인 앙소에서는 유사성을 찾아보기 어려워 상나라 대에 이르러 교류가 활발해진 뒤 그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옥 문화는 중국 전역에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옥은 일상생활에서는 그리 유용한 것이 아닌데다 강도가 떨어지는 연옥도 정교한 공예품으로 완성하기까지는 일정한 형상을 만든 다음에도 오랜 시간 모래에 연마해야 하는, 당시로서는 가장 수공이 많이 드는 생산품이었다. 그런 옥기는 일부 권력자의 장신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종, 월, 벽과 같은 것이다. 종(琮)은 사각형 옥의 가운데를 둥글게 파낸 것으로 땅과 신권(神權)을, 벽(璧)은 푸른색의 둥글거나 납작한 옥으로 하늘과 재권(財權)을, 월(鉞)은 도끼로 군권(軍權)과 재판권을 가진 왕을 상징한다. 결국 제사와 신앙, 권력과 관련된 예기(禮器) 또는 법기(法器)로 당대 문화의 정수였던 셈인데 옥 유물은 홍산문명은 논외로 하고 황하와 장강유역만 비교하면 장강유역이 훨씬 앞서 발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천지의 운행을 읽어 인간이 하늘을 자임한 문명과 자연을 두려워해 신령을 상상한 문명의 차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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