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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19> 장강유역의 고대문명

하모도서 농경문화 싹 틔우고, 양저서 실크문화 꽃 피우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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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30 18:51:5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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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하와 다른 환경 지닌 장강

- 설산 빙하서 녹은 물줄기서 시작
- 울창한 숲에 수렵채취 자원 풍부
- 습지 많아 ‘수향택국’ 면모 뽐내

# 세계 최초·최대 벼농사 유적

- 저장성 항주만 닝보시 하모도 마을
- 탄화된 벼 퇴적층·볍씨 대량 발견
- 기원전 4000년 경 인공 재배 추정

# 양잠·방직 기술 등장하다

- 태호 남쪽 절강성 후저우시 전산양
- 4700년 전 집누에 생사 견직물 확인
- 당시 인류역사 획 그은 혁명급 변화

반룡성, 갑골편의 형초(邢楚)…. 이제야 장강유역이 나오기 시작한다. 장강은 그 길이가 6300㎞로 아마존강과 나일강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이다. 황허는 5464㎞로 세계 6위다. 그러니 장강유역에도 당연히 고대문명이라 할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드문 드문 전설 같은 이야기가 파편으로 전해졌을 뿐, 상을 이은 주나라 역사가 시작되어서야 비로소 등장한다. 역사를 쓴다는 것, 간직한다는 것은 곧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것임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1973년 중국 저장성 항주만 인근 여요(余姚)시 하모도 마을에서 발견된 대규모 벼농사 유적지 전경. 하모도 수도작(水稻作) 유적은 지금까지 발견된 벼농사 유적 중 가장 완전한 세계 최초, 최대 유적으로 기원전 5000~3000년께 조성되고 경영된 곳이다.
■고원 빙하에서 시작된 장강의 머나먼 여정

장강 발원지는 칭장(靑藏)고원을 북서에서 남동으로 종단하는 탕구라(唐古拉)산맥 최고봉 해발 6621m의 거라단둥(格拉丹東)산으로, 황허 발원지 야라다쩌(雅拉達澤)산에서 서쪽으로 더 가 티베트와 경계를 이루는 칭하이(청해)성 지역이다. 그곳 설산 빙하에서 녹은 물줄기가 칭하이, 티베트, 윈난(운남)을 흐르는 동안 금사강(金沙江)으로 불리다가 쓰촨(사천)성 이빈(宜賓)시에서 민강(岷江)과 합쳐지며 장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다시 타강(江)을 끌어들인 뒤 충칭(重慶)시에서 가릉강(嘉陵江)과 합해지면 그야말로 대하(大河)라 이를 만한, 1만t급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엄청난 위용의 강이 된다. 장강은 양쯔(揚子)강으로 불리기도 하나 이는 고대 서방에서 부르던 명칭으로 중국에서는 상용되지 않는다.

   
장강유역은 황하유역과는 다른 자연환경이다. 당시는 황하유역도 온난다습했지만 남쪽인 장강유역은 아열대 기후로 수목이 밀림처럼 울창했다. 또한 많은 강수량으로 장강과 연결된 여러 지류가 형성되었고, 크고 작은 호수들과 함께 물이 고여 질퍽한 수택(水澤)지역이 많은, 말 그대로 수향택국(水鄕澤國)이었다. 울창한 숲속에는 수렵채취의 자원이 널렸고 어로에서도 풍부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 고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아 장강과 그 지류 곳곳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된다. 다만 물과 늪지가 길을 막아 이동이 불편한 까닭에 특히 상류인 서쪽지역은 황하유역과 같은 원거리 교류가 적어 토기 등에서 지역만의 독자적 문화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의 지형은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이 뚜렷하다. 높고 험준한 산악의 서쪽 협곡을 거세게 달려온 장강은 샨사(三峽)댐이 있는 후베이(호북)성 이창(宜昌) 인근에서부터 완만한 평원 지형을 따라 황해로 흘러든다. 당연히 장강 중류 평원지역에서부터는 부족의 규모도 크고 교류도 원활해 후대 강남 대국(大國)으로 발전하는 형초 등의 세력이 형성된다. 동쪽지역의 고대 문화 중에서 황하유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것은 단연 양저(良渚)문화다.

■4700년 전에 양잠으로 실크를 생산했다

   
장강 유역인 중국 저장성 양저진에서 발견된 양저 유적지의 이뤄진 신석기시대 농경(맨 위 사진)과 어로의 재현 모습(가운데 사진), 그리고 하모도 유적지에서 발견된 독특한 모양의 토기(아래 사진).
양저문화는 1936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인근의 여항(餘杭)현 양저진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문화를 말한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수자원, 비옥한 토지의 삼박자를 갖춘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수도작이 시작되어 벼를 중심으로 한 곡물과 함께 오이, 땅콩 등 각종 채소와 참외, 수박 등의 과실류까지 재배했다. 당시 중국 대륙 어느 곳보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생활 여건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노동력의 재배치가 가능했고, 각종 수공업의 분업화와 발전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양잠과 방직은 인류 역사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 일종의 산업혁명이자 변혁의 단초라 할 것이다.

유명한 태호(太湖) 남쪽의 절강성 후저우(湖州)시 전산양(錢山漾)에서는 약4700년 전의 집누에 견직물 조각이 발견된바있다. 평직(平織) 구조로서, 교차되는 가로 실과 세로 실의 폭이 평균 167μ(미크론)으로 20여 개의 잠사를 합쳐 짠 생사(生絲) 견직물이었다. 이전 다른 유적에서도 방직의 흔적은 보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자연 섬유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벌써 4700년 전에 양잠으로 이처럼 정밀한 견직물을 생산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가히 ‘실크의 나라, 중국’이란 명성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이다.

장강유역에서 또 하나 주목할 곳은 후난(호남)성 북쪽, 후베이성 경계와 가까운 예현(澧縣)이다. 이곳 예현에는 동정호(洞庭湖)로 흘러드는 예수(澧水)가 있는데, 1988년 예수변 팽두산(彭頭山) 한 언덕에서 대량의 토기 편과 함께 기원전 8000년 전후의 것으로 추정되는 볍씨가 발견됐다. 이는 장강 유역 최초의 신석기시대 문화인 동시에 벼를 채집한 최초의 흔적이기도 하다. 다만 팽두산 볍씨가 야생종인지 재배종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중국에는 지금도 운남성과 장강 중·하류 일부 지역에 야생 벼가 존재한다. 그러나 인류 유적지에서 토기와 함께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야생 상태의 채취든 재배든 벼를 의식적으로 취식하고 있었다는 분명한 증거다. 또한 후난성 남쪽, 광둥(廣東)성 경계와 가까운 도현(道縣) 옥섬암(玉蟾岩)에서는 약 1만여 년 전의 재배 벼가 발견되기도 했으니 팽두산 볍씨가 야생 볍씨라 할지라도 그것을 인간이 작물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농경 사실을 부인할 일도 아니다. 아무튼 이로써 중국 대륙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기장과 조를 재배하던 황하유역의 문명과는 별도로, 장강유역에서도 농경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장강 발원지 청해성 거라단둥 설산의 장껀디루 빙하. 이 빙하가 녹은 물이 장강의 시발이다.
■세계 최대의 벼농사 유적, 하모도

벼농사와 관련한 최대의 유적은 하모도(河姆渡)다. 1973년, 저장성의 항주만 남안 닝보(寧波)시에 속한 여요(余姚)시 하모도 마을에서 논의 배수로 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대규모 논농사 유적지를 발견했다. 전체 2600㎡에 이르는 이 유적지에서는 다수의 목조건축 유적을 비롯하여 토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중 가장 특기할 것은 낱알, 벼 줄기, 벼 잎 등의 탄화 벼 퇴적층으로 그 두께는 평균 0.2∼0.5m였고 가장 두꺼운 층은 1m가 넘는 곳도 있었다. 출토된 벼를 감정한 결과 기원전 5000년∼3000년경 인공으로 재배한 인디카(Indica) 계열의 벼임이 밝혀졌다. 함께 발굴된 유물 중에는 물소와 같은 덩치 큰 짐승의 견갑골로 만든 쟁기, 돌도끼, 나무삽 등 170여 점이 넘는 농기구도 있어 당시의 농경이 대규모 쟁기경작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하모도의 수도작(水稻作) 유적은 지금까지 발견된 벼농사 유적 중에 가장 완전한 세계 최초, 최대의 유적이다. 또한 그것은 중국 대륙에서도 황하유역 문화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는 아열대 기후와 풍부한 수자원을 가진 환경에 의해서였다.

황하 문화와 궤를 달리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모도 유적지에서 발견된 건축 유적은 북방의 반지하 토굴식과 달리 고상(高床)식 목조건축이었다. 그것은 당시 바다와 면해있던 하모도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해 해수면보다 비교적 높은 지면에 말뚝으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널빤지로 바닥을 만들어 지붕을 씌운 가옥이었다. 이는 황하유역과는 별다른 교류 없이 독자적인 문화를 일궈왔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하모도 문화 후반기 유적으로, 사각형 나무틀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쌓은 우물에는 지붕도 씌웠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상당히 발달한 문화 속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목조의 고상식 가옥을 짓고 짐승의 뼈와 나무로 각종 농기구를 만든 그들이었으니 공예기술도 뛰어났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역시 중국 최고(最古)의 칠기(漆器) 사발, 완전한 형태가 아니어서 그 자세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쌍조태양문(雙鳥太陽文)이 조각된 상아 조각, 도제돼지(陶豚)·도어(陶魚)·도인두상(陶人頭像) 등의 조형품이 출토되어 원시예술의 기법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직조 기계와 함께 방추차가 발견되어 직조 기술 역시 상당히 발달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볍씨·개·물고기뼈 출토 의의

- 벼농사·목축업 활동 속 야생 수렵·어로도 병행, 보다 풍요로운 삶 누려

20명의 수렵채집인 무리가 먹고사는 데는 80제곱킬로미터의 땅이 필요하지만, 같은 수의 농경인 무리는 0.2㎢의 땅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시릴 아이돈 저 ‘인류의 역사’ p55. 리더스북 간). 수렵채취보다 노동효율이 높은 농경이 정착되면서 인류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규모 벼농사 유적지인 하모도 유적에서 발견된 고상(高床)식 주택의 건축 과정과 재현된 모습.
벼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및 한반도와 일본이 고대로부터 주 곡물로 이용해왔다. 한때 인류의 이동이나 문명의 동천설처럼 인도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한반도, 일본으로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후난성 도현(道縣)에서 하모도보다 훨씬 더 이른 약 1만 년 전의 재배 볍씨가 발견되어 세계 최초의 수식어가 붙었다가, 1998년 한반도 충북 청원군에서 발견된 59톨의 볍씨가 1만2500년 이상 된 재배 벼로 밝혀져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디가 최초이냐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다양성과 그 교류일 것이다.

2009년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과 중국 쿤밍(昆明)동물학연구소는 개의 기원을 찾기 위한 유전자 정보 분석 등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초의 개는 장강 이남 지역에서 벼농사를 짓던 인류가 길들인 늑대 수백 마리였고, 이것들은 식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하모도 유적에서도 역시 개의 뼈가 출토됐다. 꼭 하모도 지역 사람들에 의해서 최초로 길들여진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 역시 개를 가축으로 사육한 것은 분명하다. 이밖에도 물소, 돼지, 여러 종류의 야생 동물, 물고기, 조개 등의 뼈와 화석이 발견되어 농경, 목축과 함께 다양한 개체에 대한 수렵과 어로가 경제활동으로 병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중국 여러 지역의 신석기 문화 중 가장 풍요로운 환경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하모도 문화야말로 ‘장강문명’ 존재의 가장 뚜렷한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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