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통령 각하의 노력에 감사”
-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사도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에 이어 전날 예정됐던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북미회담이 불발되는 등 어느 하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대북 문제의 돌파구로 친서 공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아주 멋진 편지.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친서를 첨부했다. 각각 1장 분량의 한글본과 영문본으로 된 이 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이라는 글씨 위에 친필 사인이 돼 있으며 마지막에 ‘2018년 7월 6일 평양’이라고 돼 있다.

‘미합중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각하’라는 제목의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 24일 전 싱가포르에서 있은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 깊은 려정의 시작으로 되었다.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 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추가 정상회담을 조기에 성사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천 과정’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종전선언 등 체제 보장에 대해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는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를 한쪽이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의 양해를 구하고 친서를 공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