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학적 영향력 고려한 지지
- 지역안배 고려할땐 동유럽 유력
- 안보리 상임국 합의로 최종결정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뽑는 절차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지지후보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미국은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리나 보코바(왼쪽), 수사나 말코라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로 정해 왔고,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미국 편을 들어왔다. 결국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이견 조정이 관건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자국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불가리아 출신의 여성인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지금까지 8명의 유엔 사무총장이 모두 남자였고,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관례로 볼 때 동유럽이 이번 차례로 꼽힐 수 있어 보코바가 유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15개국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을 지명해 유엔총회에 상정한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최종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비상임이사국 10국이 포함된 안보리 표결에서 최다 득표를 했더라도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를 수 없다.

지금까지 유엔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안보리에서 비공개 3차 투표를 한 결과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국무총리가 1위, 미로슬라브 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이 2위,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부크 예레미치 전 세르비아 외교장관이 공동 3위,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5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후보 10명 가운데 남녀가 5명씩이다.

유엔 안보리는 7·8·9월에 3차례 투표를 했으며, 앞으로도 의견 일치가 될 때까지 투표를 거듭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을 지명해 193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유엔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이제부터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의견 일치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보코바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지정학적인 영향력 등을 고려해 여성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지지후보가 엇갈리면서 제3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