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개도국 초청 중재 역할 부각
- 사드·남중국해 분쟁엔 평행선

올림픽보다 성대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였다. 지난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규모나 외형으로만 보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만큼이나 화려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인들에게 더욱 믿음직스러운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인 리더로의 도약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장 기대를 걸었던 중국과 미국, 한국 등 주요국과 현안 조율에서 만족할 만한 접점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보호무역 반대' 컨센서스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의제를 주도했다. G20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보호 무역주의와 통화절하 경쟁을 거부하고 세계경제 성장을 위해 재정지출 통화정책 구조개혁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내용의 '항저우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세계경제가 꾸준히 회복하는 추세지만 세계 무역과 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자간 무역 체계를 활성화해 세계 개방경제 구축, 보호 무역주의 거부, 세계 무역과 투자 촉진 등에 힘을 쏟기로 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차드 태국 등 개발도상국도 대거 초청해 개발도상국의 맹주국으로 세계경제 질서 속에 개도국을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 중재자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한 항저우 G20 행사 또한 두고두고 볼거리였다.

■중국, 미국과 공항 의전 논란

중국은 양자 회동에서도 신통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미국과 정상회담은 공항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전 문제가 벌어지고 취재진 접근을 놓고 양국 간 실랑이가 빚어지면서 잡음이 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외교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표현했다. 이에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전 문제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을 정도다.

또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무려 4시간 동안 마라톤 양자 회동에서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등 양국 갈등현안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펼쳤다. 갈등현안을 놓고 평행선만 달렸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이번 양자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는 한층 긴밀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주변국에 우군이 사라진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을 지지해줄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