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푸틴, 메시, 청룽, 페트로

- 전·현직 각국 지도자 수두룩
- 시진핑 매형·캐머런 부친 등
- 정상 친인척·톱스타도 포함
- 페이퍼컴퍼니 이용 돈세탁

4일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는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내부 문건이다. 여기에는 전·현직 국가 지도자, 그들의 친인척과 측근들, 톱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어떻게 재산을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독일 언론 첫 입수

1150만 건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 유출의 출발점은 쥐트도이체차이퉁이었다. 이 신문이 입수한 자료에는 1977∼2015년 모색 폰세카가 연계된 조세회피처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업을 시작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라는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가 가동됐고 76개국의 109개 언론사가 참여해 1년가량 작업을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조세회피처 자료는 200곳 이상의 국가 및 지역이 연관된 21만4000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 정보를 담고 있다.

각국 유명인사들은 모색 폰세카를 이용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파나마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 유출의 진원지인 모색 폰세카는 파나마의 최대 로펌으로 전 세계 42개국의 해외 사무소에서 직원 600명이 일하고 있다. 모색 폰세카는 기업과 개인에게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와주며 연간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자산의 주인을 숨기는 데 사용되는 페이퍼컴퍼니 서비스 외에도 자산 관리도 한다.

■정치인·스포츠 스타 등 연루

연루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 각국 전·현직 정상 12명이 포함됐다.

고강도 반부패 사정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족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도 이름이 거론됐다. 시 주석의 매형 덩자구이는 모색 폰세카의 도움으로 '베스트 이펙트'를 비롯한 버진아일랜드 회사 2개를 소유할 수 있었다. 또 리펑 전 중국 총리의 딸인 리샤오린은 남편 류즈위안과 함께 리 총리 재임기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의 단독 주주인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등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도 다수 연루됐다. 메시는 이 문건에서 아버지인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파나마에 적을 둔 회사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소유주로 등장한다. 톱배우 청룽(成龍) 역시 모색 폰세카의 주요 고객으로 밝혀졌다. 청룽은 이 회사가 관리하는 회사를 최소 6개 소유하고 있다.

문건에 등장한 또 다른 축구계 인사 후안 패드로 다미아니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은 최근 FIFA 스캔들로 기소된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부회장 등과 사업상관계를 맺고 있었다.

■조세회피 악용 가능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가디언은 "러시아나 우크라니아에서는 범죄 단체의 급습에 대비해 자산을 해외에 두기도 하고 유산이나 재산 계획에 따라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세회피처가 탈세나 범죄, 편법 증여 등에 충분히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ICIJ도 모색 폰세카의 고객 중에 피라미드 사기꾼이나 마약 거상, 조세회피범 등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