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립 재단에 일본 예산 투입
소녀상 이전 놓고도 양국 온도차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28일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안에 대해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나온다.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에선 모호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진 데다 손해배상이 아닌 10억엔이라는 '치유금' 또한 민족감정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 엔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나섰으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한일 양국이 합의한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 명목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금'이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에 따른 피해자 배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중요한 것은 일본의 구체적인 사과와 그에 따른 정당한 배상이다. 위로금 명목으로 10억 엔을 받자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나긴 세월 투쟁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단체 법인권사회연구소는 회담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의 의견이 아니라 양국 정부의 결단에 의한 정치적인 타결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일본군의 관여는 인정했지만,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표현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면죄부를 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과거사 문제에 있어 배상·보상 문제나 사과의 수위는 피해자가 결정할 일이지 가해자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일본의 사과가 순수하게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인지는 사후 조치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동상에 대해서도 한일은 동상이몽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소녀상 이전에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윤 장관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현 단계에선 외교적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대협은 소녀상 이전에 결사반대하고 있고,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