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캐나다달러(Loonie·루니)의 원화 대비 환율은 달러당 1120원 수준이었다.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캐나다 1달러는 850원까지 떨어졌다. 미화 대비 캐나다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약 5년 전만해도 1대 1 수준이었으나 최근 미국 1달러에 캐나다달러는 71센트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이는 2004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6일 결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도 금리인상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경제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에서 가장 큰 경제 뉴스는 제로금리 논란이었다. 미국 금리인상에 앞서 캐나다 최대 도시이자 금융중심지인 토론토를 방문한 스티븐 폴로즈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친다면 탈출구로서 현행 0.5%의 금리를 -0.5%까지 내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기준금리의 실질적 하한선을 0.25%로 보았지만 지금은 -0.5%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당장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제로금리가 되면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이자를 받는 대신 비용을 물어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눈앞에 두고 터진 중앙은행 총재의 제로금리 발언을 즉각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고, 일각에서는 "시장의 반응을 떠본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원유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캐나다 입장에서,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에는 캐나다 언론에서 후폭풍에 대한 분석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당장 주택장기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고, 부동산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또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원유가격 하락과 맞물려 심각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에 이민 온 한인들이 많이 소비하는 고추장 된장이나 쌀 채소 등의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이민생활이 더 고달플 수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루니 가치 하락을 반기는 쪽도 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인 캐나다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더구나 미화 대비 루니 가치 하락으로 수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 캐나다 달러의 약세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이민자가 몰려들고, 이들이 환율 효과를 노리고 현금을 싸들고 와 주택 매입에 나선다면 오히려 부동산 호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논리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캐나다 금융권의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경제는 예측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을 화두로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밟아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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