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둘러싼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의 후폭풍이 정치계는 물론 영화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이 6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가 하면 영화 개봉을 취소한 소니영화사 등 할리우드 영화계도 무기력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 또한 해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북한을 비판하면서 해킹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비판의 십자포화는 소니영화사에 집중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1일(현지시간) 팀 샤프 소니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 회장의 2011년 6월 발언("소니사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네트워크 보안을 한층 강화할 것"·미 연방의회 참석 당시)을 거론하며 소니사의 허술한 사이버보안 시스템을 비판했다. 영화감독과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은 소니영화사의 영화 개봉 취소는 '비겁함의 극치'였다고 비판하면서 극장 개봉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번 해킹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이후 영화 개봉을 취소한 소니영화사를 비롯한 메이저 영화사 등 할리우드 영화산업계의 무기력한 대처와 무사안일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할리우드 영화계 안팎에서는 소니영화사의 영화 개봉 취소 결정은 자신의 시스템을 침입하고 협박까지 자행한 해커들에 "무기력하게 두 손을 들고 항복문서에 서명을 한 꼴"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소니영화사 해킹 사태로 미국 내 근거없는 '공포 신드롬'이 만연될 가능성이라고 LAT는 지적했다. '인터뷰'가 개봉됐어도 실제 폭력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미지수임에도 국민에 '9·11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근거없는 공포심만 심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일본도 미국을 거들고 나섰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1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 도중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모든 형태의 인터넷 공격과 인터넷 테러 행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비록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해킹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보는 미국이 대북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때 그의 발언들은 우회적인 대북 비난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해킹 문제와 관련, "우리나라로서도 사이버 공격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해킹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니영화사가 자사 온라인 배급망을 통해 '인터뷰'를 무료 배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