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시리아 잇단 공습 불구
- 아사드 정권 자극 극도로 자제
- 사우디 등 중동 동맹 반발 우려

오랫동안 날카롭게 대립해온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공동의 적인 수니파 극단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등장으로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IS가 이라크 내 미군은 물론 본토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국제동맹의 공습을 주도하고 있고,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도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의 IS 격퇴전을 지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나라가 IS의 위협에 맞서면서 실질적인 데탕트(긴장완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29일(현재시간) 평가했다.

두 나라는 IS 대응에 집중하느라 서로를 향해 겨눴던 총구는 일단 거두는 분위기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하곤 했던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의 지시로 더 이상 미군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군 감청 결과 시아파 민병대의 배후인 이란혁명수비대가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먼저 미군을 공격하지 말라는 지령을 민병대에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도 시리아 내 IS를 공습하면서도 이란이 지지하고 있는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IS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괜히 이란을 자극해 힘을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이후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핵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사사건건 대립해 온 두 나라인 터라 이런 모습은 상당히 낯설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도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미국은 헤즈볼라와 가까운 레바논 정보 당국에 알카에다 등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귀띔해주는가 하면 동맹국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던 하마스와도 터키나 카타르를 매개로 대화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동맹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은 "중동에 동맹국들이 있지만 미국의 이해와 정책은 이란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외교정책 이상의 지정학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의 화해 분위기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란 핵협상이 시한인 다음 달 24일까지 마무리되지 못하면 협상 실패의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며 다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