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뼈아픈 일침'을 놨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하원 레이번빌딩 집무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인정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으라"는 공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11선 의원으로 의회내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로이스 위원장이이번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그러나 문제의 해법을 감정을 자극하는 '수사'(修辭)보다는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냉정과 자제 속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자칫 1983년 소련의 젊은 조종사가 대한항공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하는 것과 같은 '예기치 못한 비극'이 양국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달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는 로이스 위원장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관여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극적 중재를 전개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평가해달라.

▲아베 총리가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 과거 일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 한국과 중국 침략은 수천만명이 희생된 어마어마한 비극이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들이 감금된 채 '성노예'가 됐던 일도 인정하고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도 역사에서 많은 잘못을 했지만 이를 인정하고 교과서와 역사책에 기록했다. 다음 세대가 우리의 실수를 알도록 하려는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 다음달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나.

▲양국은 서로 톤을 낮춰야 한다. 민족주의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토론과 타협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외교'에 의존하지 않고 '수사'로만 대응할 때 엄청난 비극이 일어난다. 1983년소련의 젊은 조종사가 대한항공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양국 사이에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외교가 해법이다. 양국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차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번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독려하는 제3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법과 국제포럼을 활용해 대화테이블을 마련한다면 갈등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상황을 평가해보면.

▲북한에서 나온 군·관·민 인사들을 상대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내부상황을 정확히 읽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강한 대북 억지력을 행사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동참시키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북한 사람들이 최근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에는 없는 남한의 번영과 기회를 알도록 해주고 많은 정보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나는 대북 라디오 선전방송인 '자유 아시아 방송'(RFA)를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사람이다. 과거 동독에서도 라디오 선전이 큰 효과를 거뒀다. 한국 드라마와 함께 라디오 선전을 통한 남한 정보가 공급된다면 북한 젊은 세대들을 계몽할 수 있다.

-- 북한 불안정성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놓고 관련국들이 협의를모색중인데.

▲가장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북한 상황을 협의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나 도움이된다면 중국을 포함시켜야 한다. 중국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 문제를 상호관심사로서 제기하고 있다.

--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했는데.

▲김정은 정권은 잔인하고 독재적이며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탈북자들의 말을 통해 본 북한 사회는 지금 엄청난 비극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을 칭찬하는) 로드먼의 발언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누군가 북한에 간다면 변화를 가져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지 생일선물을 가져다주어서는 안 된다.

-- 작년 발의한 대북 금융 제재강화법안(H.R.1771)은 어떻게 진행되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사일, 핵무기 소형화 개발에 들어가는 금융자산 확보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법안이다. 군사력 강화에 쓰이는 현찰이나 경화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게 초점이다. 여러건 올라온 관련법안들과 함께 심의할 것이다.

-- 한·미 관계를 평가하고 방한 목적을 설명해달라.

▲한미 우호관계는 미국의 아시아 외교전략의 코너스톤이다. 한국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반도를 방어했던 세대의 미국인들이 있어 안보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에 대해 공동발의자의 한명으로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내 지역구인 캘리포니아는 FTA의 최첨단에 서있고 양국 경제교류의 중추가 되고 있다. 나는 남부 캘리포니아 산업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안호영 주미대사와 포럼을 갖고 한미 FTA 이행을 점검하고 양국간 교역기회 확대를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한국과 미국, 또 미국 교포기업인들에게 엄청난 기회다.

나는 독도, 위안부, '123 협정'(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모든 한·미관계 사안들을 다루는데 있어 양국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FTA와 관련한 전문직의 비자 쿼터 확대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나는 작년초 방한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국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장을 전달한 뒤 그것이 미국 내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했다. 바로 직전 의회에서 연설한 사람이 역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어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원의장을 설득하고 국무부를 비롯한 행정부에게 설명한 뒤 당시 주미대사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다.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나온 박 대통령의 연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특별히 중요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