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을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글렌데일 현장에서 27일(현지시간) 소녀상 설치 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LA 인근 해외 첫 소녀상 제막 앞둬
- "전쟁범죄 인정않는 일본 반성해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에 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을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조각가 김운성(49) 김서경(48) 부부는 "전 세계에 소녀상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7월 30일(현지시간) 글렌데일 시립 중앙도서관 앞 공원에서 해외 첫 소녀상을 제막하는 김 씨 부부는 일찌감치 현지에 건너와 소녀상 설치 작업을 살펴보는 등 분주한 나날이다. 제막식을 사흘 앞둔 27일 건립 현장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김 씨 부부는 "처음 소녀상을 빚을 때부터 전쟁의 아픔을 겪고 여성 인권에 문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운성 씨는 "평화의 상징물로서 모든 나라 공원에 다 하나씩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유명한 나라도 좋지만 이름없는 나라, 아픔이 있는 나라라면 더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에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제안은 여러 곳에서 있었다고 김 씨 부부는 공개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기에, 이번 미국 건립을 평화의 소녀상이 세계로 퍼져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글렌데일에 건립되는 소녀상은 작년 초에 처음 제안을 받았지만 얘기만 오가며 진전은 더뎠다. 그래도 제작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던 덕에 최종 결정이 내려지자 두달도 안돼 완성할 수 있었다.

지난달 완성해 배로 실어 보낸 소녀상은 무사히 도착해 김 씨 부부의 감독 아래 성공적으로 설치돼 제막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 부부는 조각가로서 소녀상에 커다란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거듭 밝혔다.

딸의 모습을 바탕으로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을 소녀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김 씨 부부는 "조각이 사람처럼 대접받고 옷 입히고 이런 일은 엄청난 영광"이라면서 "사실 사람처럼 대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소녀상이 일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일본 하면 예의바르고 착하고 깔끔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소녀상이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고집을 고발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