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계속된 가운데 군부의 정권 압박과 개입 경고의 수위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하야 압력을 받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사퇴 불가 의사를 재확인함에 따라 2011년 이집트 혁명 때와 맞먹는 파국 사태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무르시가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면 개입하겠다는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은3일 오후 3시~5시(현지시간)로 추정된다.

◇ 군부 "피 흘릴 각오"…무르시 사퇴 불가 재확인

이집트 군부는 3일 무르시 정권에 거듭 최후 통첩을 보냈다.

군부는 무르시가 퇴진 의사를 거부하고 나서 내놓은 이 성명에서 "테러리스트와폭도들에 맞서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48시간 내 혼란을 해결하라"고 정치권에 최후통첩을 보낸 데 이어 "최후의 시간"이라는 제하의 군 수뇌부 성명으로 다시 한번 무르시 정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 시한이 지나도 무르시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군부는 무르시를 파면하고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한편 다른 정치, 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과도위원회를 꾸려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일간알 아흐람이 보도했다.

또 입법권을 보유한 슈라위원회를 해산하고 헌법재판소 소장을 수장으로 하는 임시 정부 수립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 소식통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군부의 로드맵 내용을 부인하며 "다음 단계는 정치, 사회, 경제 인사들과 로드맵에 관해 논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군 최고위원회(SCAF)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은 테러리스트, 과격분자, 폭도 등으로부터 이집트 국민을 보호하는 데 목숨을 바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메시지는 무르시가 임명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이집트군 소식통은 전했다.

엘시시 장관은 군부의 최후통첩이 나온 이후 무르시와 긴급 회동하고 사태 해결을 논의한 인물이다.

그러나 무르시는 이날 새벽에 행한 TV 연설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만큼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헌법적 정당성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놓겠다"며 군부가 무력개입 최후통첩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이집트 유혈사태 격화…밤새 최소 16명 사망

무르시 찬반 시위가 가열되면서 반정부 시위대와 무르시 지지세력이 2일 밤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의 카이로대학 인근에서 밤새 충돌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관영 메나 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관 한 명도 카이로대학 쪽에서 날아온 저격수의 총탄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다.

최근 며칠간 이집트 전역에서는 무르시 취임 1주년인 지난달 30일을 정점으로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해 수십 명이 사망하고 1천400명가량이 다쳤다.

양측의 기세 대결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전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는 수만 명이 운집해 '무르시 퇴진' '조기 대선'을 요구했다.

이집트 야권과 시민단체가 구성한 '타마로드(반란)' 운동의 지도자인 무함마드압델라지즈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르시를 더는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종 시한이 경과하면 군부가 전면 개입에 나서 무르시 정권을 끝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타마로드는 '전면 불복종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최종 시한을 2일 오후 5시에서 군부의 조치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무르시 지지자들은 연일 나스르시티에 모여 무르시 정권의 정당성을주장하며 '대통령을 결사 수호'를 다짐했다.

보수 이슬람 성향인 여권 지지층 중에는 "대통령 축출을 수용할 바에야 죽을 때까지 군부와 싸우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