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일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극도의 왜곡과 과장, 견강부회식 억지로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현혹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 나서 “검찰은 수없이 많은 검사를 동원해 법원 내부 자료를 송두리째 가져가고, 법원 구석구석을 먼지털기식으로 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찰의 항소 이유서를 두고는 “터무니없이 재판부 인격과 자세를 원색적으로 폄훼하고 공격하는 언사를 쓰는 건 정말 품위를 잃은 행동”이라며 “원심 재판부에 대해 참지 못할 정도의 모욕적 언사가 비일비재하고,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법꾸라지’라는 저급한 용어까지 쓰면서 욕설을 하고 있다. 검사가 작성한 문서인지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흑을 백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소를 제기하고 모욕까지 가하고 있다. 이 항소는 마땅히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사법 농단’ 사건은 2011년 9월~2017년 9월 재직한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와 함께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데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당시 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즉시 항소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실관계가 파편화되고, 고립된 채로 법률적 평가를 받게 돼 잘못된 선고에 이르게 됐다”며 “원심은 피고인이 사법부 수장이었던 전직 대법원장이기 때문인지 공모관계 등을 유독 엄격하게 판단했다. 여타 판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월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