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고 분양가(3.3㎡당 평균 5000만 원)의 ‘써밋 리미티드 남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중금속 오염토가 발견되면서 상세조사가 이뤄질 예정(국제신문 20일 자 1면 보도)인 가운데 이곳 토양에 인체 유해물질이 스며들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간다. 과거 이곳에 들어섰던 도시가스 제조소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한편, 원래 바다였던 이곳을 매립할 때 쓰인 토양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나 건물 철거 과정에서 중장비 기름이 유출됐을지 모른다는 설이 거론된다.

부산 수영구 ‘써밋 리미티드 남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중금속 오염토가 발견돼 상세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공사 현장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0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아파트 공사장이 자리한 수영구 남천동 545-2에는 한때 도시가스 제1제조소가 운영됐다. 1983년 가동한 시설로 당시 남천동과 남구 대연동의 3382세대에 가스를 공급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사용되는 현재와는 달리 이 시기에는 액화석유가스(LPG)를 기화시켜 배관을 통해 각 지역으로 공급했다. 부산의 도시가스로 LPG 대신 LNG가 쓰인 건 1996년부터인데, 제1제조소는 이 무렵까지 가스를 생산했다.

이처럼 당시 석유를 기반으로 가스를 만들었던 만큼 생산 과정에서 기름이 땅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조소 자리는 가스 폭발을 염려한 인근 아파트 주민의 요구 등으로 민간 개발이 추진됐다. 그 결과로 2002년 생겨난 것이 대형마트 ‘메가마트 남천점’이다. 대형마트가 오염된 기름을 땅에 흘릴 만한 상황은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조소 운영 당시에 기름 유출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곳이 바다를 매립해 생긴 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땅은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진행된 매립 공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당시 부산의 주택 부족을 해소할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바다 매립을 위해 이곳을 여러 건설공사의 토사장으로 활용했다. 오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여러 흙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입된 셈이다. 이밖에 메가마트 건물을 철거할 때 중장비에서 기름이 샜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된다.

아파트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오염 원인 규명보다는 서둘러 정화를 마치고 본격적인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상세조사 이후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시켜 정화작업 후 성토한다는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비용이 얼마가 들든 빠르게 정화를 끝내려 한다. 유의미할 정도의 공사 지연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오염토는 대우건설이 공사장을 대상으로 토양오염 개황조사를 벌이면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500㎎/㎏을 6배 초과한 3386㎎/㎏으로 검출된 시료가 나타나는 등 다량의 오염이 확인됐다. 비소 또한 한 시료에서 우려 기준치 25㎎/㎏을 1.8배 초과한 44.83㎎/㎏이 확인됐다. 수영구는 대우건설 측에 조만간 상세조사를 명령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