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의 한 사설 언어발달센터에서 상습적으로 아동 학대가 발생해 교사 2명이 구속(국제신문 지난 5월 26일 자 10면 등 보도)된 가운데, 피해 부모들이 관할 기관의 관리·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장애인부모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산지부는 9일 오전 동래구청 앞에서 사설 언어발달센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성우 기자

부산장애인부모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산지부는 9일 오전 동래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분의 치료 시간 동안 4분에 한 번씩 학대가 있었고, 한 달간 1명당 최소 100건에서 많게는 400건에 이르는 학대가 자행됐다”며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는 아동복지시설 관리·감독과 책임을 다하고 시도 사설 센터의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동래구의 한 사설 언어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사인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아동들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6~7세의 언어치료를 받는 장애 아동 26명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들은 아동을 밀치거나 꼬집고, 목을 조르거나 흔들 그네에 아이를 태워 떨어뜨리는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교사 2명을 구속해 지난 5월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센터 원장도 관리 소홀 책임으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송치됐다.

피해 아동 26명 중 22명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승애 변호사는 피해 아동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변호사는 “CCTV 영상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만 보관되고 가장 심하게 학대를 주도한 교사의 1대1 강습교실에 CCTV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최근 수년간 다수의 아동이 학대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피해 아동 대부분이 발달장애 아동이라 스스로 피해 사실을 전하기 어려워 범행이 알려지는 시기도 늦어졌을 거라고 봤다.

이들은 범행이 경찰에 적발되고 언론에까지 알려졌으나, 기관의 대처가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정책 지원금을 투입한 곳인 만큼 영업정지 처분 등 적극적인 감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CCTV 영상 확인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센터는 아직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구는 사설 센터의 CCTV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근거가 없다며 시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센터는 사설이라 자영업으로 분류된다. 구 관계자는 “(아동복지시설) 지도점검을 이달부터 실시할 예정”이라며 “구에서 전면 영업정지를 시킬 권한은 없어 정부 바우처 제공과 관련한 ‘발달재활서비스’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다음 달 1일부터 105일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