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때 약속한 고용승계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부산글로벌빌리지(BGV)의 외국어 강사 4명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결과, 지방노동위원회가 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고 판정하면서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다만 부당노동행위는 객관적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가 지난 2월 기장군청 앞에서 부산글로벌빌리지 소속 외국어 강사들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민주일반노조 제공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BGV 외국어 강사 4명과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가 요청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결과,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한다고 4일 밝혔다. 위원회는 판정서 송달 30일 내에 근로자들을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정상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위원회는 BGV의 강사 평가 항목의 일부 기준 항목이 적정하게 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BGV는 지난해 12월 18일 원어민 강사 평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4월 11일 제출한 답변서에는 갱신거절의 합리적 사유로 강사 평가가 이뤄진 시점 이후의 일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 강사는 갱신 거절 통보 이전에 접수된 민원이 1건이지만 3건이 접수된 다른 강사보다 상담교사 평가 점수가 낮은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제대로 된 재계약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계약 갱신 거절이 ‘사회통념상 특별한 사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 갱신 거절이 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불이익과 개입을 한 것이라고 근로자들과 노조는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갱신 거절 통보가 노조의 활동 등을 위축시키는 등 세력 약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판정서에서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대기권이 있고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갱신 거절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할 수 없어 불이익 등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구제신청 근로자 4명은 모두 외국인으로, 기장거점영어센터에 입사해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던 중 지난해 3월 BGV로 군 위탁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됐다. 이때 강사 5명도 근로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1월 노조가 BGV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고용승계’도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BGV는 강사 5명의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사측은 정당한 계약 절차를 지켰으며, 강사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민원과 낮은 수업 평가 등을 이유로 사회통념상 계약 갱신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들은 강사들이 평가 기준 중 최저점수인 10점 이상에 미달해 재계약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계약 갱신이 거절된 근로자 5명 중 4명만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다. 이 4명은 노조 소속이며, 나머지 1명은 육아휴직 중이었다.

현재 BGV는 구제신청 근로자 4명 중 2명에게만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나머지 2명의 복직도 실시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5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