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예약 전화 주문하고 잠적
- 부산 전역 음식점서 범죄 기승
- 각 사건마다 사기·업무방해 등
- 동기 불분명해 혐의적용 제각각
- 입법 통해 처벌수위 강화 필요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한 ‘예약부도(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별다른 목적 없이 주문 뒤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라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진다. 이 같은 노쇼 사건은 처벌 근거가 부족해 근절을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부경찰서 전경. 국제신문DB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 7일 노쇼 범죄로 100여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접수,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서구 아미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A(40대) 씨는 전화 주문을 통해 단체손님 예약을 받았다. 최고급 중국술 6병과 24인분의 음식을 다음 날 오후 1시30분까지 준비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A 씨는 음식을 준비했지만 예약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100만 원이 넘는 음식은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향해야 했다.

서부서는 A 씨의 신고 접수 후 불과 10여 분 만에 비슷한 내용의 신고를 또 받았다. 이번엔 토성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B(60대) 씨가 피해자였다. B 씨는 지난 6일 24인분의 음식을 다음 날까지 준비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음식을 준비했으나 주문자는 약속한 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해금액은 100만 원에 달한다.

사하경찰서도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장림동과 괴정동의 횟집 2곳으로부터 노쇼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장림동 횟집은 25인분 상당의 모둠회 6개(시가 54만 원), 괴정동 횟집은 숙성회 24인분을 주문받았다가 피해를 봤다.

이처럼 재산상 이익 편취가 목적이 아닌 노쇼의 경우 범행 동기를 알기 어려워 경찰서마다 적용하는 혐의도 다르다. 서부서는 ‘사기’로 보는 반면, 사하서는 재산상 이익 편취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 방해’로 본다.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업무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전문가는 목적이 불분명한 노쇼는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주문자의 지시에 따라 식당이 음식을 만들다 보니 우월감과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부적절하게 느껴 노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동아대 송진순(행정학과) 교수는 “‘손님은 왕이다’는 왜곡된 권리의식과 함께 사회적 반감과 자본주의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노쇼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 출신 이구영 변호사는 “강력한 처벌이나 규제로 자영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적용 가능한 혐의가 업무방해와 사기 등에 불과한데, 노쇼 행위를 단절할 만한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