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표는 과거와 달리 큰 소동 없어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3일 여러 염원을 품은 유권자의 발길이 투표소를 향했다. 탄탄한 복지를 원하거나, 혼란스러운 국정이 안정화되길 바라는 시민 등 다양한 목소리가 투표에 반영됐다. 투표 현장에서는 폭행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유튜버가 생중계를 시도하다 실랑이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소동이 있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부산 부산진구청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날 오전 8시께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아침부터 투표하러 온 유권자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입구부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내 정해진 곳에서 투표해야 하는 만큼, 투표소를 잘못 찾은 이도 더러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투표소 입장 전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자 당황해하기도 했다. 여성의 거주지를 들은 선거사무원이 다른 투표소를 찾아가야 한다고 안내하자 그제야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동래구에 사는 이모(여·60대) 씨는 “이번 대선으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통합과 화합에 기여할 수 있게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암1동 제4투표소에서 어린 아이와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낮 12시께 부산진구청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한꺼번에 몰린 인파로 대기 줄이 청사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수십 명이 길게 늘어선 줄 뒤로도 시민의 발길이 계속됐다.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운 부부나, 지팡이를 짚고 홀로 투표소를 찾은 어르신 등 연령대가 다양했다. 예비 신부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모(30) 씨는 “결혼을 앞두고 자녀계획까지 있다 보니 출산과 육아 정책이 생각보다 미비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며 “저출생·고령화 시대인 만큼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전국 투표소에서는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45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위해 대기하던 A(40대) 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에 있던 B(30대) 씨가 이를 제지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에 A 씨가 B 씨를 폭행,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선거 관련 부산 112 신고는 72건으로 집계됐다.

경남 창원에서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 기표소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C(40대) 씨와 D(60대) 씨가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다. 오전 9시께 울산 북구에서는 투표소 내부를 촬영한 여성 유권자 1명이 선거사무원의 퇴거 요구에도 불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밖으로 쫓겨났다. 오전 8시께 울산 중구 투표소에서는 만취한 50대 남성이 사전투표를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투표를 계속 시도하며 소란을 피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날 오후 3시께 경남 진주에서는 한 유권자가 선거인명부 투표용지 수령란에 다른 사람의 서명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와 경기 고양·안양시에서도 비슷한 일로 항의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복투표 사례는 없다고 강조하며 “동명이인이 서명을 잘못하는 상황 등에는 현장에서 다시 확인을 거쳐 두 사람 모두 정상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개표 현장은 여느 선거 때와 다르게 투표 참관인의 지적으로 인한 소란 등이 극히 적었다. 부산 동래중학교 개표소 현장에 참관인으로 온 한 정당 관계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던 황교안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면서 관련 참관인도 개표 현장에 없고, 과거 대선 출마 때마다 항의가 많았던 국가혁명당 참관인도 없어 조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