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 남의 집에서 행패를 부리곤 출동한 경찰관 2명을 살해하려 흉기를 휘둘러 놓고도 “실수로 넘어져 찔렀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50대에게 중형이 떨어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 씨에 징역 5년과 80시간 약물중독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B(여·60대) 씨 집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관이 출동하자 흉기로 이들을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해 7월 14일 자신의 집에서 주사기로 필로폰을 투약한 뒤 B 씨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면서 대뜸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소리쳤다. B 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출입문 유리를 발로 차 부수며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겁을 먹은 B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A 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찾아 들었다. 문밖의 경찰이 신분을 밝히며 개방을 요구하자 “내가 나가면 너희는 죽는다”고 위협했다. 결국 경찰관이 임의로 문을 열자 A 씨는 곧장 경찰관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한 경찰관의 오른쪽 가슴을 찌르는 동시에 다른 경찰의 왼쪽 쇄골을 찔렀다. 워낙 강하게 휘두른 터라 흉기 한 자루의 손잡이가 부숴질 정도였다. 체포 과정에서도 그는 흉기를 놓지 않으려 격렬히 몸부림치거나 발길질했다.

흉기의 길이가 워낙 길었고, 공격 당한 부위 역시 급소 근처여서 자칫 치명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으나 두 명의 경찰관 모두 다행히 큰 화를 면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필로폰과 수면제 등을 투약한 상태에서 경찰관을 보고 당황해 문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실수로 찌른 것”이라며 범행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흥분 상태였던 그가 경찰관에게 ‘죽인다’고 말한 점 등 고려하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